담뱃값은 인상 …그러면 술값은?
담뱃값은 인상 …그러면 술값은?
  • 안상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 (AHNSH@yuhs.ac)
  • 승인 2015.02.24 18: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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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호랑이는 술도 마시고 있었을까?

술과 담배는 수천년 간 인류역사와 함께 한 떼려야 뗄 수 없는 기호식품이다. 술은 인류가 사냥과 채집으로 생활하던 구석기시대에도 있었다. 나뭇가지나 움푹 팬 바위에 저장해 둔 과실에 조금이라도 상처가 나면 과즙이 스며 나오고 껍질에 붙어있는 천연효모가 쉽게 번식해 과실주가 됐다. 농경시대에 들어서는 곡주(穀酒)도 발전했다. 기원전 5000년 전부터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에서 포도주를 빚었다고 하고 기원전 3000년 전에는 이집트 맥주양조에 대한 유적도 있다.
 

담배의 기원은 1492년 콜롬부스가 아메리카대륙에 상륙했을 때 원주민에게 선물 받은 마른 담뱃잎을 연상하지만 이미 약 4000년전 마야인들이 종교의식을 목적으로 담배를 재배하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7세기 초 광해군 때 일본에서 들어와 약초와 기호식품으로 민초들에게 빠르게 확산됐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80%나 인상했다. 국민건강을 위해 현재 44% 수준인 성인남성흡연율을 2020년까지 29%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담배에는 69종의 발암물질과 4천여 종의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어 암 발생을 증가시키고 심장이나 뇌혈관질환을 유발한다. 인간의 평균수명을 16년이나 단축시키는 흡연을 멈추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수년천간 인류문명에 뿌리 박혀 있는 담배를 가격인상과 애매모호한 금연종합대책으로 해결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금연정책을 추진하려 한다면 담뱃값 인상보다는 신규흡연자, 특히 청소년이나 여성흡연자의 발생을 막고 만성흡연자의 금연을 돕는 다양한 노력이 선행돼야 했다.

담배는 돈이 없으면 피우지 않는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다. 담배 안에 들어 있는 니코틴은 식물이 해충을 죽이기 위해 만드는 독성물질이다. 뇌의 도파민회로와 관련돼 의존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금연하면 갈망, 불면증, 피로감, 두통, 목마름, 변비, 신경과민, 집중장애 등 니코틴금단증상이 생긴다. 자발적 의지로 금연에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니코틴 외에도 우리사회에서 의존성이나 중독, 금단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호식품으로 술이 있다.

최근 OECD국가들의 술 소비량은 감소추세지만 우리나라의 1인당 술 소비량은 늘고 있고 증류주소비는 세계 1위다. 통계청의 ‘2012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알코올 관련 사망자는 연간 4549명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9명이었다. 이중 알코올성간질환 사망자가 82.4%였다. 특히 사회적으로 가장 활동이 왕성한 시기인 40~50대 남성이 많아 사회경제적 부담이 크다.

청소년 음주증가와 함께 술에 취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폭력과 협박을 가하는 주폭(酒暴)은 이미 사회적 문제다. 치유가 필요한 이들에게 정부는 ‘처벌’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정부는 ‘금주’가 필요한 이들에게 섹시한 연예인들이 나와 술마시라고 유혹하는 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술병에 붙어있는 경고문은 너무 작아 보이지도 않는다.

담뱃값은 인상됐다. 다음엔 1인당 술 소비량을 낮추기 위해 술값을 올릴 것인가. 적절한 음주를 통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어떤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안상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AHNSH@yuhs.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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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현 2015-04-02 14:30:31
드라마 보면 술로 스트레스 푸는 장면이 많이 나와 그런 날은 술 땡겨요. 교수님 말씀이 맞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