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자들, 약값에 등골 휜다
희귀질환자들, 약값에 등골 휜다
  • 손정은 기자 (jeson@k-health.com)
  • 승인 2015.02.24 1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ㆍ고가의 수입치료제 매달 수백만~수천만원 부담
ㆍ경제적 이유 치료 포기…특례제에 한줄기 희망

#이현준(가명·남·67) 씨는 병원에서 특발성폐섬유화증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진단 후 5년생존율이 43%, 10년생존율은 15%에 불과할 만큼 치명적이다. 수입치료제가 있지만 보험적용이 안 돼 매달 약값만 200만원 가까이 든다는 의사의 말에 복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또 김영자(가명·여·52) 씨는 다제내성결핵환자로 한쪽 폐절제술을 받고 2년 이상 약을 복용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절망하던 차에 마침 신약이 나와 복용한 뒤 눈에 띄게 균이 줄었다. 하지만 6개월 약값이 3000만원에 달해 치료를 중도포기 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희귀질환자들은 질병으로 인한 통증보다 비싼 약값 때문에 더 고통 받는다. 한국희귀질환재단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유병률 2만명 이하의 질환을 희귀질환으로 보며 세계보건기구(WHO)에 등록된 희귀질환만도 5000여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질환도 많지만 치료제가 있더라도 환자수가 적고 개발비용이 높아 초고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값부담은 고스란히 환자가 짊어져야 한다.

흡연자에게 많이 나타나는 특발성폐섬유화증은 진단 후 평균생존기간이 2~3년에 불과한 매우 심각하고 치명적인 폐질환이다. 국내에 2개 치료제가 나와 있지만 환자와 의료진의 지속적인 급여적용요구에도 아직까지 비급여다. 가천대길병원 호흡기내과 정성환 교수는 “치료제가 처방우선순위인데도 경제적 이유로 대체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받은 만큼 국내에서도 빨리 급여를 실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제내성결핵도 마찬가지다. 이 질환은 기존치료제 내성이 완치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 신약이 절실한 질환 중 하나다. 서울시립서북병원 서해숙 진료부장은 “기존 약제는 24개월 이상 복용해야 했지만 신약은 6개월이면 된다”며 “부작용이나 복용기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역시 국내에 치료제 2종이 허가됐지만 모두 비급여다. 국내 첫 허가 약의 한 달 기준 약값이 500만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희귀질환치료제 경제성평가 특례제도’를 상반기 중 신설하기로 했다. 대체제가 없거나 환자수가 적어 근거생성이 곤란한 희귀질환치료제의 경우 임상적 필요도나 근거생산의 어려움을 입증하면 경제성평가절차를 축소해 보험급여에 빠르게 등재하겠다는 것이다. 또 미국, 영국 등 A7국가 중 3곳 이상 등재된 약제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대를 걸 수 없는 환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세계최고가약을 처방받아야 하는 환자들이다.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이하 PNH)치료제는 1년 약값만 5억원에 달한다. 이 약은 초고가라는 점에서 사전심의를 거쳐야만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약 40여명이 혜택을 받고 있어 특례제도를 통한 전면급여화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PNH치료제는 특별한 사례로 사전심의를 통해 일부환자에게 보험이 적용된다”며 “이번 특례제도는 보험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약제들이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PNH환우회 임주형 회장은 “일본만 해도 환자 800명 중 약 700명이 보험적용을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600명으로 추정되는 환자들 가운데 40명 정도만 적용된다”며 “까다로운 사전심의기준으로 PNH환자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헬스경향 손정은 기자 jeson@k-health.com>
(ⓒ 경향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