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종로3가에서 개비담배 사봤더니…
현장 취재-종로3가에서 개비담배 사봤더니…
  • 신민우 기자 (smw@k-health.com)
  • 승인 2015.02.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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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개비당 300원 ‘울며 겨자먹기식’ 판매
ㆍ“담배 한갑이면 점심 한끼” 탑골공원 어르신들 아우성

새해부터 담뱃값이 훌쩍 오르면서 흡연자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지난해 말에는 사재기 때문에 담배품귀현상이 일어났을 정도로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크게 변했다. 기자는 담뱃값인상 이후의 흡연풍속도 변화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종로3가역으로 달려갔다.

 

 

담뱃값인상에 담배, 신문, 간식 등을 파는 가판대는 아직도 울상이다. 상인들은 모두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담뱃값인상에 대해 묻자 흡연자들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편의점상인들은 담배판매량이 대부분 회복됐다고 입을 모았다. 편의점주 김모(남·35) 씨는 “새해 초에는 담배판매량이 절반으로 줄면서 전체매출도 함께 떨어졌다”면서도 “결국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계속 피우기 때문에 지금은 지난해 매출의 70~80%가 회복됐다”고 말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박모(여·24) 씨 역시 “지난해 담배 10갑이 팔렸다면 새해 초에는 6갑 정도밖에 팔리지 않았다”며 “하지만 2주정도 지나자 판매량이 예전과 거의 같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값이 오르다보니 이제 담배는 가볍게 선물할 수 있을 정도가됐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편의점은 나은 편이다. 담배, 신문, 간식 등을 파는 가판대는 아직도 울상이다. 상인들은 모두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하루에 담배 한 보루(20갑)가 팔리지 않는다는 가판대가 대부분이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개비담배의 부활이었다. 실제 기자는 역 인근 14개 가판대 중 5곳에서 개비담배를 개당 300원에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상인들은 이를 내켜하지 않는 눈치였다. 개비담배를 사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 뜯는 것 자체가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이다. 한 가판대 상인은 “한 청년이 개비담배를 팔라면서 떠나지 않아 겨우 하나 뜯었다”며 “개비담배는 하루에 채 한 갑도 팔리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상인은 “개비담배는 대부분 지갑이 얇은 어르신들이 사간다”며 “담배 한 갑이면 점심을 먹을 수 있는데 누가 사려고 하겠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담뱃갑 포장을 뜯어 낱개로 파는 행위는 현행법상 금지돼 있다. 이에 대한 경찰단속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상인들 스스로가 알고 있는 듯 개비담배를 사려는 젊은 사내를 경계했다. 어떤 상인은 “왜 개비담배를 사려고 하느냐”며 되묻기도 했고 취재 중이라고 밝히자 기자에게 호통을 치다시피 쫓아낸 상인도 더러 있었다.

탑골공원에 모인 시민들은 누구하나 담배를 손에 쥐고 있지 않았다. 담뱃값인상에 대해 묻자 흡연자들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한 어르신은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청와대로 쫓아가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생활이 어렵거나 마음이 복잡한 사람일수록 담배를 더 찾게 되는데 결국 그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꼴이 아니냐”는 것이 대다수 흡연자들의 푸념이었다.

<헬스경향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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