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흑자 12조원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건강보험 흑자 12조원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 이보람 기자 (boram@k-health.com)
  • 승인 2015.05.2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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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준비금 적립 vs 보장성 강화
ㆍ정부 ▶ 최근 3년 지출 감소 일시적 현상…향후 대비 반드시 필요
ㆍ시민사회단체 ▶ 지속적 보험료 인상 감내…실질적 혜택 따라야

건강보험재정 흑자규모가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재정은 4조6000억원의 흑자를 내면서 누적흑자규모가 1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1년 건보재정이 흑자를 낸 이후 적립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밝힌 건강보험 흑자원인은 △급여비지출의 증가속도 감소 △경기침체 △의료이용량 감소 △환경요인 개선 등이다. 건강보험공단 재정관리실 관계자는 “건강보험재정지출이 2011년까지는 한해 평균 12%씩 늘었지만 최근 3년 동안은 한해 평균 5.5%씩으로 증가폭이 줄면서 흑자를 기록했다”며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향후 건보재정이 모자라게 될 경우를 대비해 준비금으로 둬야한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법정준비금은 국민건강보험법 제38조에 따라 공단이 감염병 유행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각 회계연도마다 건강보험 결산 후 잉여금 가운데 당해 연도의 보험급여에 든 비용(총지출)의 5~50%를 적립해두는 돈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시민사회단체 등은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1일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은 성명서를 통해 “올해는 건강보험재정 흑자누적액이 15조 규모로 제도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국민들은 경제상황이 어려워졌는데도 매년 지속적인 보험료인상을 감내해온 만큼 늦었지만 보장성을 더욱 강화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흑자금액은 보장성강화를 위해 사용해 본인부담금이 부담스러워 병원을 이용하지 못했던 일반국민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건강보험재정 흑자를 정부가 쓰려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정부는 건강보험재정에 여유가 있으니 국고지원을 줄이겠다는 속내를 비치고 있는데 약속한 국고지원비율도 지키지 못했던 정부가 과연 이러한 주장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보장성강화와 함께 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민들이 값비싼 의료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공병원과 공공의료재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지난달 30일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창립12주년을 맞아 개최한 ‘건강보험 흑자 20조? 국민은 여전히 아프다!’ 토크콘서트에서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 1위로 뽑힌 것은 ‘국·공립병원 설립과 공공의료 확대’였다.

이날 토크콘서트에 나선 김정현 씨는 “사실 건보재정 흑자라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다”며 “흑자라는 사실을 국민이 모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될뿐더러 왜 건강보험료는 계속 오르고 있는지, 또 흑자인데도 우리 국민들은 왜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욱이 지난 2013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아파서 치과를 제외한 병·의원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 사람’의 비율이 12.2%로 조사됐다. 병원에 가지 못한 이유에 대해 ‘돈이 없어서’라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21.7%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소위 건강보험재정을 눈먼 돈으로 생각하고 이를 노리는 이해당사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제대로 국민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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