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메르스 발생 22일, 병원이 멈췄다
[현장 속으로] 메르스 발생 22일, 병원이 멈췄다
  • 이보람 기자 (boram@k-health.com)
  • 승인 2015.06.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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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국내에 메르스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2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메르스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메르스 발생 병원을 공개키로 해 매일 병원리스트에 눈과 귀가 집중돼 있는 상황. 11일에도 확진병원과 경유병원명단이 계속 공개됐다. 특히 최근 들어 수도권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확진환자가 발생, 전파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 중심에 위치한 A대학병원을 찾았다.

A대학병원은 메르스의심환자 선별진료소를 운영 중에 있으며 서울시가 운영 중인 격리시설로 확진환자 총 2명이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병원이 아님에도 이날 오후 직접 살펴본 병원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메르스여파로 병원기능이 멈춘 듯했기 때문. 외래환자로 가득하던 로비는 텅텅 빈 상태였으며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대기하던 진료과와 진료실 앞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했다. 또 여기저기서 외래취소 전화가 잇따랐다.

 

대다수 의료진들은 진료실이나 병실이 아닌 병원본관 입구와 응급실 옆에 마련된 장소에서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손세정제를 도포했고 열감지기를 확인하고 있었다. 병원입구도 총 7곳 중 2곳만 운영 중이었다. 방문객이 들어오는 통로를 일원화해 혹시 모를 메르스의심환자의 이동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다.

상황의 심각성은 의료진들에게서도 터져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우리 아이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한 학부모에게 ‘당신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으니 당신 아이를 당분간 학교에 보내지 말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병원전체 기능이 마비된 것은 물론이고 병원에 근무하는 이들까지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문제는 병원 근처 약국과 병원 내 편의시설. 환자나 방문객이 아예 없다보니 이들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 하지만 국가적인 전염병이다보니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다. 근처 약국 관계자는 “얼른 메르스가 잠잠해져야 우리도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바라보는 관계자들의 시선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5월말이면 종료될 거라던 메르스가 계속 확산되고 있기 때문. 특히 병원의 경우 지금부터 외래를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라 6월 중순 이후까지도 계속 병원 내에 환자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직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는 상태”라며 “병원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할지 의문”이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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