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은 힘보다 따듯함을 원한다
아내들은 힘보다 따듯함을 원한다
  • 강용혁 분당 마음자리 한의원장
  • 승인 2012.04.13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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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도 여성을 잘 몰랐다. 논어에 여성과 관련된 직접 언급은 “여자와 소인은 기르기가 어렵다. 가까이 하면 불손해지고 멀리 하면 원망만 한다”는 표현이 유일하다. 요즘이라면 엄청난 여성 비하다. 그러나 요즘 남성들 또한 공자만큼이나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온몸이 다 아프다”며 화병으로 내원한 중년 여성. 몇 년째 시어른 병시중하느라 몸이 힘들다. 게다가 “남편 성격이 불같아서 항상 조마조마하다”는 환자는 불면증과 두통으로 오래 약을 먹고 있지만 차도가 없다. 최근에는 한 달째 하혈까지 하고 있다. 병원 검사에선 별 이상이 없고 몸이 약하니 잘 먹고 잘 쉬라는 말만 들었다. 그러나 “잘 먹고 싶어도 늘 구내염으로 입안이 쓰라려 밥 먹는 것도 내겐 고통”이라고 호소한다.

한의학에선 여성이 입안이 잘 헐고 약하면 질의 점막 또한 약해지기 쉽다고 본다. 혹시 부부관계 시 통증은 없는가 물으니 “어떻게 알았냐”며 놀란다. 환자는 “사실 민망해서 말을 먼저 못 꺼냈다”면서 “부부관계 뒤엔 너무 불쾌하고 며칠씩 배 아래가 아프다”고 말한다. 그런데 “남편은 이만큼 자주 하는 부부도 드물 거라며 횟수를 자랑하지만, 나는 남편이 집에 일찍 오면 덜컥 겁부터 난다”고 말한다.

여성의 성교통은 점막이 건조하고 약한 신체적 원인도 있다. 그러나 남성이 일방적 욕구해소를 위해 성급한 관계시도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더 크다. 특히 환자의 남편처럼 소음인들은 아내 기분에 대한 배려보다 자기감정에 휘둘려 성급한 관계를 시도한다. 환자의 남편은 자기 편한 대로 관계를 원하고, 거부하면 심하게 화를 내고 충동조절이 되지 않는다. 특히 밖에서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날은, 집에 와서 마치 화풀이하듯 시도한다.

물론, 남성은 성욕이 동하면 분위기에 상관없이 동물적으로 반응한다. 그야말로 씨뿌리는 본능이다. 그러나 여성은 다르다. 사랑 받고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남자는 섹스를 원하고 여자는 사랑을 원한다’는 말도 있다. 남성은 포르노와 알몸에 흥분하지만, 여성은 로맨스와 원만한 소통을 우선한다. 남성이 로맨스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른다.

여성에게 이런저런 골칫거리가 생기면 성욕은 싹 사라진다. 환자처럼 시부모 병시중을 하노라면 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러나 남성은 오히려 축적된 긴장감을 성관계를 통해 풀고 싶다. 부부관계를 수면제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처럼 신이 만들어놓은 남녀의 시각은 정반대다. 상대방 비난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해야 한다.

여성은 성관계나 임신에 본능적 거부감이 있다. 인류역사 내내 변변한 의학적 도움 없이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사망하는 것을 무수히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여성에게는 이런 원초적인 공포감이 무의식 한쪽에 각인되어 있다. 다만,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낳고, 사랑하는 이와의 교감을 위해 부부관계의 거부감을 참는 것이다. 관계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불편함은 모두 남편과 연관된다. 또 싫은 감정조차 어떻게든 남편에게 맞추려고만 하는 성정도 병을 키웠다.

결국, 싸울 수 없으면 피해야 한다. 환자에게 ‘그냥 싫다’라고 하면 분란이 커지니, 일단 병을 이유 삼아서 부부관계가 곤란함을 말하라고 했다. 점막을 튼튼하게 하는 보약과 가글약을 처방했다. 얼마 뒤 환자는 “횟수는 전보다 줄었지만, 전혀 안 할 수는 없었다”면서 “그래도 전보다 통증은 덜해져 살 것 같다”고 말했다.

부부라도 서로 좋고 싫음이 다르니 ‘역지사지’하지 못하면 병을 키운다. 아내가 원하는 것은 힘만 센 ‘정력(精力)’이 아니라 따뜻함이 묻어나는 ‘정력(情力)’이다.

<강용혁 분당 마음자리 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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