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적 간병체제…‘포괄간호서비스’가 답이다
후진적 간병체제…‘포괄간호서비스’가 답이다
  • 황인태 기자 (ithwang@k-health.com)
  • 승인 2015.08.2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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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메르스사태 후 감염관리 취약 ‘가족간병구조’ 개선 목청
ㆍ국내 환자당 간호사 수 OECD 절반…직접간호 늘려야

메르스사태 이후 가족간병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메르스가 가족 등 간병인으로 인해 확산됐음이 확인되자 재발방지를 위해 후진적 병원문화인 가족간병구조를 바꾸자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환자의료비 부담을 낮출 뿐 아니라 안전까지 높일 수 있는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해야한다고 지적한다.


포괄간호서비스란 간호사와 보조인력으로 구성된 팀 간호체계 아래 입원환자에게 제공되는 모든 간호서비스를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즉 환자보호자나 간병인을 통해 이뤄지는 사적 간병이 아니라 의료기관이 간병까지 책임지는 형태다.

포괄간호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어 메르스 같은 신종감염병뿐 아니라 병원 내 감염에도 대비할 수 있어서다. 메르스사태는 가족간병구조가 얼마나 감염관리에 취약한지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포괄간호서비스를 부각시켰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김윤 교수는 “메르스환자유형을 보면 간병인의 감염율이 높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보호자나 간병인이 환자 곁에서 상주할 경우 요로감염 등 병원 내 감염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려대 의대 안형식·김현정 교수팀이 병원 내 감염에 대해 연구조사한 결과에서도 보호자·간병인이 상주할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요로감염 4.36배, 병원 내 감염 2.87배, 폐렴은 6.75배나 높았다. 고려대 의대 박종훈 교수는 “우리나라 다인실은 선진국 4인실에 해당하는 공간에 6명의 환자가 있고 간병인까지 상주해 실제로는 12인실”이라며 “전문적 의학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이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 곁에서 상주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마다 병원은 첨단화·고급화되고 있지만 병실여건은 후진적 환경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환자보호자나 간병인이 상주하는 후진적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은 환자를 돌보는 보건의료인력의 배치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간호사 1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는 평균 17.7명(낮 근무기준)으로 미국의 5.7명에 비해 3배나 많다.

또 국내 간호사 수는 환자 1000명당 4.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3명)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간호사가 환자 곁에서 직접 간호할 수 있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의료경쟁력을 외치는 현 시점에서 후진적 병원문화인 가족간병구조가 아직도 살아있는 이유다.

포괄간호서비스는 환자대비 간호인력을 늘림으로써 가족간병구조를 바꿀 수 있는 해결책이다. 간호사를 늘려 업무량이 줄면 직접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의학적 전문지식을 갖춘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면 의료의 질 향상은 물론 감염관리까지 이뤄질 수 있다. 또 환자가족의 경제적·시간적 간병부담도 낮아진다.

서울대 간호대 조성현 교수는 “국내 의료기관의 현실은 간호사 배치수준이 낮아 보호자나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으면 간호가 불가능한 구조”라며 “포괄간호서비스의 핵심은 간호사 배치수준을 높여 직접간호를 늘림으로써 의료의 질을 높이고 환자의 간병부담을 낮추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병원감염예방을 위해 가장 먼저 노력할 일은 가족간병구조를 바꾸는 일이라고 말한다. 메르스사태에서 확인했듯이 메르스확산은 환자와 보호자, 간병인의 교차감염이 주요원인이었다. 따라서 전문적 의학지식을 갖춘 간호사가 환자를 돌봐야 감염확산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건강과대안 이상윤 연구위원은 “병원 내 간호사를 늘리는 것은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안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강현 이사장은 “포괄간호서비스 확대를 통해 병실 내에서 환자와 간병인이 모두 먹고 자는 형태의 간병문화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헬스경향 황인태 기자 ithwang@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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