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 사는 김동자 씨(68세·가명)는 추석을 맞아 딸과 아들이 있는 서울로 버스를 타고 역(逆)귀성한다. 올해로 역귀성을 한 지 2년째다. 오는 추석에도 자식들을 위해 직접 담근 고추장과 국산 참기름, 들기름, 냉동 생선 등 명절 음식재료를 미리 택배로 보낸 뒤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택배로 보낸 후 생각난 깨와 멸치액젓은 따로 짐 가방에 함께 쌌다.
하지만 미리 도착한 택배박스를 열어본 김 씨는 기절초풍할 뻔했다. 박스 안에는 오래돼 수거함에 내놓으려 한 이불과 베개가 가득 담겨있었기 때문. 고령의 부모님을 둔 자식들은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최근 드라마에서도 자식의 결혼식 날 결혼반지를 냉장고 김치통 위에 둔 걸 잊어버리고 찾다가 결국 예식장에 늦게 도착한 시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건망과 노망의 차이는?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정선용 교수는 “건강과 노망의 가장 큰 차이는 건망은 물 마시거나 차 열쇠를 가지러 가는 등 자신이 하려던 일을 잊어버려서 당황하고 ‘내가 왜 이러지’ 하며 걱정하는 것이 특징이다”라며 “반면 노망은 내가? 언제? 하는 식으로 주위에서 말해줘도 그런 사실을 기억해내지 못하고 본인은 부인하거나 얼버무리는 것이 특징으로 치매 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효도여행을 낯선 환경으로 보내드리는 것도 고령의 부모님의 경우에는 삼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치매 전 단계임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낯선 환경이나 생전 처음 받아본 자극에 의해 혼란스러워하면서 치매증상이 갑자기 심하게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분 | 건망 | 치매 |
증상 |
깜빡 잊어버린 사실을 알고 있다 |
잊어버렸다는 사실조차 기억 못 한다 |
체크 사항 |
자신이 걱정하고 있다 |
아무 걱정이 없다 |
체크 질문 |
오늘이 며칠이에요? 무슨 요일이에요? |
오늘이 며칠이에요? 무슨 요일이에요? |
예상 답 |
16일? 인가 - 구체적인 날짜를 말한다. |
자신 있게 틀린 답을 말하거나, “왜 뜬금없는 질문을 하느냐”며 대답, 시선 회피 |
▲양기부족, 스트레스 등이 뇌에 악영향
정 교수는 “한방에서 노인성치매는 뇌의 노화가 일찍 일어난 흔히 말하는 양기부족에서 오는 치매가 대표적이고, 기혈순환이 제대로 안 돼 몸속에 담이 생겨 발생하는 치매, 그리고 지속적인 스트레스나 발열로 인해 열독이 뇌에 영향을 미쳐 발생하는 치매로 나눌 수 있다”며 “원인에 따라 한약치료를 하면 치매가 악화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증상을 감별하는 방법으로는 ‘오늘 날짜’나 ‘최근 있었던 집안 경조사’에 대해 기억을 잘 하시는지 물어보는 것이 추천된다. 치매란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의미하는데 초기에는 새로운 기억이 잘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체조·치매예방프로그램 도움
한의학에서는 노화로 인해 머리에 맑은 기운이 부족해지는 것을 치매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으로 보고 정기를 보충해주는 한약, 육미지황탕을 가장 많이 쓴다. 만성 스트레스나 장기간의 소화 장애, 만성질환 등으로 기혈순환이 안 돼 담음이 생긴 후 기억력 저하가 생기는 경우에는 총명탕을 활용한다.
한약재로 만든 약선 음식, 간단히 따라할 수 있는 기공체조와 함께 치매예방을 위한 프로그램 참여를 병행한다면 악화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예방효과도 있다.
건망은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에게도 잘 생기는 문제로 보다 일시적이다. 잘 놀라고 걱정하는 마음을 안정시키며 혈을 보충할 수 있는 귀비탕 같은 약으로 치료한다. 특히 스트레스관리에 중점을 두고 식사, 수면리듬을 규칙적으로 유지해야한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치매 예방 프로그램>
- 기간 : 5일(1주일 입원 프로그램)
- 프로그램 : 정(신체활성화), 기(정서안정), 신(인지기능향상)
정 - 태극권 등 운동요법, 한약 치료, 뜸 치료
기 - 기공요법, 침(약침 포함) 치료
신 - 명상, 두침 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