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처음부터 제대로 조절하세요
고혈압, 처음부터 제대로 조절하세요
  • 경향신문 종진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 승인 2012.10.1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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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화된 식습관과 짜게 먹는 고유의 식생활로 인해 국내 고혈압 환자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 수는 매년 7.2%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도 만만치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9년 통계를 보면 고혈압의 총 진료비는 2조3000억원으로 2005년의 1조4000억원보다 9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유병률이 점점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고혈압을 제대로 관리하는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 고혈압에는 ‘절반의 법칙’이 있다. 고혈압 환자의 절반만이 자신이 고혈압 증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이들 중 절반만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또 치료 받는 환자의 절반만이 혈압 조절을 제대로 하고 있는 현실을 이같이 표현한 것이다. 고혈압 환자 8명 가운데 단 1명만이 혈압 조절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고혈압 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치료를 늦추는 한 원인이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니 상태가 더 나빠지면 약을 먹겠다며 갖가지 민간요법과 건강보조식품으로 혈압을 낮추려는 환자들도 있다. 그러나 일단 혈압이 높아졌다면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고혈압 합병증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사진 부연설명
고혈압은 당장은 몸에 이상을 주지 않는 듯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온몸의 내장기관에 손상을 입히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당뇨병을 함께 앓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합병증 발병 위험이 더욱 커진다. 한 조사에 의하면 병원을 찾는 고혈압 환자의 평균 46%는 이미 당뇨병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혈압과 혈당을 제대로 조절하지 않을 경우 뇌졸중,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을 겪을 위험이 높아지며 만성신부전증이나 고혈압성 망막증으로 인한 실명 등 만성적인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혈압 환자들은 본인에게 질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

국내 고혈압 환자 중 63.5%만이 본인에게 고혈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들 중 혈압을 제대로 조절하는 환자는 38%에 불과하다. 특히 신장질환이나 당뇨병을 함께 갖고 있는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가 목표 혈압에 도달하는 비율은 고작 22%밖에 되지 않는다.

혈압 정상범위인 120/80㎜Hg 미만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적합한 약제를 복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예를 들어 안지오텐신 수용성 차단제 계열의 로자탄 성분 고혈압 치료제는 혈압이 높은 당뇨 환자에게 신장보호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만성신부전증을 예방해 주는 효능이 있다.

최근에는 두 가지 고혈압 치료제를 합쳐 혈압강하 효과를 한층 높인 복합제도 나와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고혈압 환자는 의사의 처방에 따른 약 복용 외에도 흡연, 음주, 스트레스 등을 피하고 생활습관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비만이라면 체중을 줄여야 하며 염분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로 칼륨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심혈관질환 사망원인 중 25%가 고혈압과 관련이 있다. 나트륨이 너무 많으면 혈관을 과도하게 수축시키고, 수분을 많이 섭취하게 돼 혈액량을 증가시켜 고혈압을 유발한다. 전 세계적으로 염분 섭취 줄이기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이유다. 한국인들은 소금이 다량 함유된 장류·김치 등을 즐겨 먹으므로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혈압과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을 하면 혈류량이 늘어 혈관이 이완되는 효과가 있다. 단,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는 무리한 실외 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급격한 기온 차는 혈압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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