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제대로 잘 먹어야죠
약 제대로 잘 먹어야죠
  • 박효순 기자
  • 승인 2012.07.12 2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ㆍ복용 5가지 원칙 제시…올바른 환자, 올바른 약, 올바른 용량, 정확한 경로, 올바른 시간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와 암 등 중증 환자들을 위한 약 복용지침과 교육 프로그램이 나왔다. 올바른 약물복용을 위한 락앤약(樂&藥)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가 전문가에게 자문을 해 만든 것이다.

거의 대부분 질병은 약으로 치료하며, 약을 빼놓고 완치를 얘기하기는 힘들다.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 것이 질병을 치료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상당수 약물은 환자 스스로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들은 ‘제 시간에 정확한 용량을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한다’는 기본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최근 만성골수성백혈병 등 중증환자 3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3명 중 1명이 약 복용을 임의로 1회 이상 중단한 경험이 있고, 4명 중 1명은 약을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먹지 않았다. 약 복용 중단의 이유는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려서’(44%), ‘약 부작용이 심해서’(21.2%), ‘가끔 복용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2.6%) 등으로 나타났다.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환자 유형은 크게 다섯가지로 나뉜다. 처방전을 무시하거나 아니면 아예 약을 안 받아서 약을 먹지 않는 경우, 정해준 용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 임의로 용량을 줄이거나 늘리는 경우, 처방약이 많은 경우 그 중 원하는 약만 선택적으로 복용하는 경우, 처방 받지 않은 약을 임의로 더하여 복용하는 경우 등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표적항암제를 하루 4알(400㎎)씩 8개월 동안 복용해 증상이 좋아진 ㄱ씨는 임의대로 2알(200㎎)로 줄여서 5개월 동안 복용하다 내성이 생겨 2차 치료제로 변경해야만 했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복용을 중단, 끝내 사망했다. ㄴ씨는 간암으로 항암 주사제 치료 중 같이 처방된 먹는 항암제를 규칙적으로 먹지 않고 비정기적으로 복용, 결국 내성으로 인해 사망했다. 이러한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이처럼 약물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치료 실패를 초래하며 부작용 증가와 이로 인한 의료비 증가도 꼽을 수 있다. 약을 제대로 안 먹을수록 질병 재발의 확률이 높고 약물의존성, 치료저항성, 독성이 늘어난다. 결국 치료에 실패하고 부작용이 증가한다. 한가지 예로 복약 순응도가 높은 고혈압 환자는 목표혈압에 도달하는 확률이 96%인 반면 순응도가 낮은 환자는 18%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올바르게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해서 약 12만5000명이 사망한다. 이로 인해 추가 지출되는 비용이 1000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올바른 약 복용에는 다섯가지 원칙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올바른 환자, 올바른 약, 올바른 용량, 정확한 경로, 올바른 시간’이다. 복용지침 및 교육자료 개발을 총괄한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정유석 교수는 “약을 제대로 잘 먹자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만든 이번 첫 지침이 국민의 올바른 약 복용에 길잡이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국민캠페인과 더불어 간호사나 의사 등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교육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사려깊은 약물 처방과 환자 중심의 복약 지도, 그리고 상세한 부작용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의료진뿐 아니라 가족들이 환자의 약 복용에 문제가 생기기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락앤약 캠페인 공식 블로그(http://racandyac.tistory.com)에 가면 환자용 교육자료를 손쉽게 볼 수 있다. 또 상담메일(racandyac@tistory.com)을 통해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없는 올바른 약 먹기에 대한 각종 궁금한 내용들을 문의할 수 있다.


<주요 만성질환 및 중증질환 약물복용 개선 기본지침>

■ 갑상선 기능항진증=항갑상선제를 복용하면 수개월 내에 갑상선 호르몬이 정상 수준으로 떨어지고 불편한 증상도 사라진다. 하지만 이 때 약을 중단하면 대부분 재발한다. 1년 이상 규칙적으로 복용하여 갑상선의 호르몬 분비를 완전히 정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 고혈압=환자들은 고혈압과 고혈압 약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은 약물마다 복용법, 주의사항, 부작용에 차이가 있다. 불필요하게 잦은 약물 변경을 삼가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 당뇨병=당뇨병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 가능한 한 간단한 약물요법을 선택하고 불필요하게 잦은 약물 변경을 삼가며 처방전에 따라 올바른 용량, 경로, 시간을 지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천식=환자뿐 아니라 보호자도 함께 교육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또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환자 개개인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 항암제=항암제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버리고, 복용 시 어려운 점이 있으면 반드시 의사에게 문의한다.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에 복용할 약물을 나누어 놓고 복용할 일자, 시간을 기록한 후 약 봉투에 기록해 두거나 약물 복용 일시를 기록해 두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 마약성 진통제=통증을 잘 조절하려면 의료진에게 통증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통증이 사라지더라도 진통제를 자의적으로 갑자기 중단해서는 안 된다. 적절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통한 통증 개선은 암 치료에 도움을 준다.

■ 허혈성 심질환=여러 약물과의 상호작용을 잘 확인하고, 금단증상을 피하기 위해서 약물 중단 시 점차적인 감량이 필요하다. 또 내성발현 예방을 위해 하루 10~12시간 동안은 질산염 제제가 체내에 존재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 고지혈증=고지혈증은 약물 종류에 따라 복용법이 다르다. 물이나 비탄산음료(주스 등)에 타서 식사 시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식전 1시간이나 식후 4~6시간 지나 복용하는 것도 있다. 취침 전 복용, 취침 전 가벼운 음식과 함께 복용 등 상당히 까다롭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