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담배와 이별하는 방법, 여기 있습니다”
“평생 담배와 이별하는 방법, 여기 있습니다”
  • 손정은 기자 (jeson@k-health.com)
  • 승인 2015.12.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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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흡연자들의 금연송년회]

2016년을 앞둔 당신의 새해결심은 무엇입니까.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각오를 준비하는 연말, ‘이번에는 꼭 너와 헤어지겠다’며 이별을 결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끊어내지 못했던 질긴 악연. 바로 ‘담배’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흡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헬스경향은 연말을 맞아 남성흡연자 2명과 흡연자-비흡연자 부부, 그리고 국내에서 금연치료환자를 가장 많이 만나고 있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호 과장을 초대해 조촐한 금연송년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유태호 과장은 “금연치료제 복약원칙을 잘 지키면 99% 성공할 수 있다”며 흡연자들의 금연의지를 북돋웠다. 흡연자 태병원·변용제씨, 유태호 과장, 이완호·정주미 부부(좌측 앞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손정은 기자(이하 손 기자) : 흡연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네요. 각자의 흡연얘기부터 해볼까요?

변용제(이하 변) : 담배 피운지 15년쯤 됩니다. 요즘 전자담배를 시작했는데 사람들 있으면 전자담배 피우고 혼자일 땐 일반담배를 피워요. 문제는 전자담배를 시작한 후로 흡연량이 오히려 늘었다는 겁니다.

유태호 과장(이하 유 과장) : 전자담배도 담배죠. 전자담배를 중단하면 아마 일반담배 흡연량이 더 늘어났다고 느낄 겁니다. 이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저는 10년 정도 금연치료를 했고 올해만 700명쯤 한 것 같네요.

이완호(이하 이) : 20살부터 흡연했는데 결혼하면서 금연을 시도했지만 며칠 못 갔어요. 워낙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요즘은 꼭 금연하겠다는 생각이 없어요.

손 기자 : 담배 끊기 힘들다니 옆에 계신 아내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데요?(일동 웃음)

정주미(이하 정) : 남편은 제가 임신 때도 못 끊었어요. 눈치껏 밖에 나가 피우더라고요.(웃음) 속상한건 아무리 밖에서 피우고 와도 냄새가 나요. 손 씻고 양치해도 몸에 밴 냄새가 있더라고요. 아버지가 흡연 때문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진단을 받으셨는데 남편이 하루라도 젊을 때 가족 모두의 건강을 위해 꼭 끊었으면 좋겠어요.

유 과장 : 아이를 둔 아버지들은 꼭 금연해야 해요. 옷이나 머리카락에 묻어있는 냄새, 즉 3차 흡연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인데요. 아이들이 3차 흡연을 통해 하루 한 개비의 흡연효과가 있다는 국립암센터 연구가 있어요.

태병원(이하 태) : 저도 하루 3갑을 피우던 20여년 흡연자인데 작년에 골감소증으로 진단받은 뒤 술은 완전히 끊었는데 담배는 끊지 못했어요.

손 기자 : 담배, 왜 이렇게 끊기 힘들까요?

유 과장 : 담배를 피우면 7초 내에 뇌에 있는 니코틴수용체에 니코틴이 달라붙고 신경이 연결된 전두엽에서 도파민이 분비돼요. ‘행복물질’이라고 알려진 도파민이 분비되니 편안해지고 금단증상이 없어지죠. 스트레스 받을 때 담배를 피우면 가라앉는다고 느끼는데 사실 스트레스가 아니라 금단증상을 일정간격으로 겪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해요.

이 : 금연운동이나 정책이 많아졌는데 그럼 폐암발병률이 더 낮아지긴 한 건가요?

유 과장 : 흡연과 폐암의 관계는 러시안룰렛 같아요. 언제 나한테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죠. 폐암이 아니라도 흡연 시 혈관질환위험은 2배 높고 방광암은 7배 높아요. 흡연자부인의 폐암위험은 1.5배 높죠.

태 : 금연 1~2일차에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유 과장 : 금단증상은 2~3일째 가장 심하고 1주, 2주차에 와요. 평생 담배를 안 피우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담배를 끊은 후 절대 담배를 사지 않는 거죠. 편의점으로 달려가 담배를 사는 순간 금연은 실패합니다. 얻어 피우는 한이 있어도 직접 사지 않는 것이 그만큼 중요해요.

변 : 담배를 안 피우면 그 시간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유 과장 : 담배를 안 피우면 반대로 시간을 버는 거죠. 저는 취미로 커피를 내리는데 환자들도 병원냄새가 안나니 좋아하고 직원들도 좋아해요.

손 기자 : 금연치료제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유 과장 : 두 가지 약이 국가 금연지원프로그램 지원을 받는데 개인적으로 효과가 더 좋은 챔픽스(성분명 : 바레니클린)라는 약제를 우선 처방하는 편입니다. 이 약은 니코틴수용체에 약물이 달라붙어 담배 맛이 떨어지죠. 잘 상담 받고 12주 복약원칙을 지키면 제 진료사례에서는 99% 성공했습니다.

손 기자 : 부작용은 없나요?

유 과장 : 1~2주 정도는 울렁거림 등 가벼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후엔 몸이 적응해요.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도 거의 없고요.

손 기자 : 오늘의 대화가 금연의지를 단단히 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다들 꼭 담배와 이별하길 바라며 ‘금연 파이팅!’ 함께 외칠까요?

일동 : 금연 파이팅!!!

<헬스경향 손정은 기자 jeson@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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