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박철 고대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 “좋은 교수의 진짜 명함은 좋은 논문”
[명의]박철 고대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 “좋은 교수의 진짜 명함은 좋은 논문”
  • 신민우 기자 (smw@k-health.com)
  • 승인 2016.03.0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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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국내 귀 성형불모지를 옥토(沃土)로 바꾸는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박철 고대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1991년 미국교환교수 시절 해부용 시신으로 귀 혈관에 대해 30일간 집중 연구했다.

홀로 시신을 만질 때 무섭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오히려 즐거웠다”고 답했다.
 

박철 교수는 “교수나 의사가 보여줄 수 있는 진짜 명함은 좋은 논문”이라며 “논문은 진료 이상으로 환자에게 신뢰를 주고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1985년 귀 결손환자를 치료하면서 피부혈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는 “혈류가 원활해야 피부괴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귀 혈관을 정확히 파악해야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국내외 관련 자료가 부족한 탓에 그의 연구는 ‘개척’이나 다름없었다.

“과거 소이증수술은 안경만 간신히 걸칠 수 있을 만큼 투박한 귀 모형을 이식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피부혈류의 중요성도 주목받지 못했죠. 그때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제가 창안한 소이증수술법들이 지금껏 국내외에서 사용되고 있으니 자부심이 큽니다.”

한쪽 귀가 기형인 소이증은 가슴연골을 떼 귀 모형으로 제작, 이식하는 만큼 예술적인 재능도 필수다.

환자마다 귀 모양이 달라 수술법도 가지각색. 박 교수가 개발한 20개 이상의 성형법은 보편화된 지 오래다. 그의 개인적 호기심이 성형외과발전에 크게 일조한 셈. 오늘날 그는 소이증 등 선천적 귀 기형 6500례를 집도한 세계적 명의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박 교수의 진정한 저력은 논문에 있다. ‘절단된 귀를 살릴 수 있는 개량된 수술방법’ ‘바깥 귀 앞면의 혈관분포에 관한 연구’ 등 그가 1990년대 미국에서 발표한 논문들은 여전히 귀 기형수술의 교과서로 손꼽힌다.

“교수나 의사가 보여줄 수 있는 진짜 명함은 좋은 논문입니다. 진료 이상으로 환자에게 신뢰를 주고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이니까요. 여기에 스스로 학문적인 업적을 세웠다는 보람도 느끼게 해줍니다. 제가 발표한 논문을 한데 모아 홈페이지를 만들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박 교수는 1988년 국내최초로 미국성형외과전문의협회 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30년에 걸쳐 미국성형외과의사협회 잡지에 40여편의 논문을 실었을 뿐 아니라 2002·2014년에는 전 세계 교수들이 신청한 논문을 평가하는 토론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박 교수는 “아직 써야할 논문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수술이 끝날 때마다 기록했던 수십년 간의 자료를 통계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미 관련논문을 발표했고 올해도 준비 중이죠. 이 과정에서 질병분류방법처럼 새로 터득하는 것도 많습니다. ”

박 교수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란 무엇일까? “환자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만 비로소 수술, 연구에 대한 열정도 유지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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