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아파트 자동제세동기
‘잠자는’ 아파트 자동제세동기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6.03.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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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의무설치 62%·공동주택 36% 그쳐…위반해도 벌칙조항 없어
ㆍ엘리베이터 앞 비치돼 있어도 대다수 주민들은 사용법 몰라

심폐소생술과 함께 자동제세동기는 응급상황에서 환자를 살리는 또 하나의 강력한 수단이다. 자동제세동기는 심장박동이 멈춘 환자에게 전기충격을 가해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기기로 2012년부터 시행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아파트), 선박, 객차 등에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조사결과 의무설치기관 1만2139곳 중 실제로 자동제세동기가 설치된 곳은 7739곳으로 62%에 그쳤다(2014년 12월 기준). 특히 공동주택 설치율은 36.3%에 불과했다. 이는 심정지환자 60% 이상이 가정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문제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이중의 교수는 “자동제세동기 설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한 것은 반길 일이지만 구체적인 설치대수·위치·방법 등이 규정되지 않았고 의무조항을 위반했을 때 벌칙조항이 없는 등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특히 소규모단지에서도 심정지환자가 발생할 수 있어 500세대 이상으로 한정한 것은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자동제세동기가 비치돼 있어도 대다수 주민이 사용법을 모른다는 것.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주민은 “엘리베이터 앞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주민대상교육이 없으니 솔직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관리사무소직원과 아파트경비원들은 모두 구청에서 교육을 받지만 아파트주민까지 일괄적으로 모아놓고 교육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 역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자동제세동기교육이나 실습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재정문제 등 제반여건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현재로서는 유관기관에서 앞장서 홍보하거나 참여를 독려해 사용법을 교육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대표적인 기관은 대한심폐소생협회다. 현재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는 표준화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국대학병원 등에 보급하고 있다. 교육에 참여하면 공인된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 사용법, 질식에 대한 응급조치법 등을 배울 수 있다. 자세한 교육일정은 협회 홈페이지(www.kacpr.org)를 통해 확인가능하다.

가톨릭대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노태호 교수(대한심폐소생협회 홍보위원장)는 “교육도 교육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희생자를 돕겠다고 마음먹는 일”이라며 “오늘의 희생자가 내일의 ‘나’이거나 ‘가족’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 현장에 뛰어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TIP 자동제세동기 사용법

1. 전원 켜기 : 자동제세동기를 적절한 위치에 두고 전원을 켠다.

2. 두 개의 패드 부착 : 두 개의 패드를 기계에 그려져 있는 대로 가슴부위에 단단히 부착한다.

3. 심장리듬분석 : 자동제세동기가 환자의 심전도를 분석하는 동안 접촉을 피하고 기다린다.

4. 심장충격시행 : 제세동(심장충격)이 필요한 경우라면 ‘제세동이 필요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심장충격에너지를 충전하며 이후 ‘제세동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음성지시가 나오면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뒤 버튼을 누른다.

5. 즉시 심폐소생술 다시 시행 : 심장충격 후에는 즉시 가슴압박을 다시 시작한다.

(자동제세동기는 2분마다 환자의 심전도를 자동분석해 심장충격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때문에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거나 환자가 깨어날 때까지 심폐소생술과 심장충격을 반복해야한다.)
(자료·사진 제공=보건복지부)

 

 


<헬스경향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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