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사]김진 고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치료의 첫단계는 상호소통”
[좋은 의사]김진 고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치료의 첫단계는 상호소통”
  • 신민우 기자 (smw@k-health.com)
  • 승인 2016.04.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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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는 병세가 깊어질수록 로봇수술 등 최신의료기술에 의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진 고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환자에게 막연한 기대감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로봇수술이 의사, 환자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수술합병증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여준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체내의 좁은 공간에서 수술을 자유롭게 해 정확성을 더해주죠. 하지만 로봇수술은 기적이 아니기에 불가능한 수술을 성공시킬 수는 없어요. 환자에게도 이를 정확히 말해야합니다.”

김진 교수는 “로봇수술이 기적의 수술법이 아닌 만큼 막연한 기대감을 줘서는 안 된다”며 “진료 시 환자표정, 말을 살피는 등 치료동기부여를 위해 소통에 신경써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환자가 절망하지 않도록 이끄는 것도 의사의 몫. 그는 “의사에게 ‘환자와의 소통’은 필수덕목”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내용을 전달해도 환자가 희망을 갖고 의지를 다지도록 도와야한다는 것이다.

“과거 제가 해외연수를 갔을 때 현지의사에게서 통역요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환자에게 병세가 심해 수술을 포기했다고 말했는데 보호자가 ‘왜 환자에게 직접 알렸느냐’며 항의한 거죠. 소통의 절실함을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국내대장암은 항문보다 괄약근을 절제하는 비율이 높다”며 “이는 환자요구가 반영된 수치”라고 설명했다. 직장암판정을 받은 환자가 가장 먼저 묻는 질문도 ‘배변주머니를 차느냐’ ‘항문을 잘라내느냐’ 등이다. 심지어 배변주머니에 부담을 느껴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때는 항암방사선치료만 이뤄지지만 대장암은 수술이 기본원칙. 종양이 직장을 막아 배가 부풀기 시작하면 환자의도와 상관없이 수술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설득은 필수조건이다. 김 교수는 “80세 이상 노인환자에게도 ‘여생을 편히 보내기 위해서는 수술 받아야한다’고 설득한다”고 말했다.

“사실 암진단이 희망적이지는 않지요. 그런데도 환자가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사람은 의사입니다. 후배들에게 환자의 표정과 말을 살피라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의대강의에 ‘나쁜 소식 전하기’도 있지만 때때로 의사소통에 서투른 의사를 보면 안타깝죠.”

그가 재발성직장암 연구에 힘을 쏟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다. 직장암이 발생했을 때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비율은 채 40%가 안 된다. 수술이 8~12시간 이어지고 필요시 골반뼈, 자궁, 방광 등도 절제하는 만큼 연수가 어려워 중도포기하는 의사도 적잖다. 재발성직장암치료가 가능한 의사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환자에게는 큰 희망인 셈.

“환자를 대하는 태도는 의사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같은 치료를 해야 한다면 환자가 희망을 갖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래야 환자마음이 편해져 의사를 믿고 치료효과가 상승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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