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약 자주 먹으면 장이 게을러진다고?
변비약 자주 먹으면 장이 게을러진다고?
  • 신민우 기자 (smw@k-health.com)
  • 승인 2016.04.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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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A씨(30·여)는 최근 이유 없는 복부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아랫배까지 딱딱해지자 걱정이 된 그는 병원에서 만성변비진단을 받았다. 평소 배변이 규칙적이지 않았지만 그게 개의치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배변활동은 단순히 몸속 찌꺼기를 내보내는 것뿐 아니라 우리 몸의 이상여부를 알 수 있는 단서다. 하지만 대부분 환자는 배변할 때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일시적인 증상으로 판단, 변비약이나 민간요법의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약을 임의로 복용하면 대장운동기능이 떨어져 만성화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2014년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는 국내변비환자 10명 중 4명이 변비를 자각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참여환자 625명 가운데 62.3%가 6개월 이상 변비증상을 겪었지만 어떤 치료도 받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치료환자 33.1%는 민간요법, 변비약에 의존했을 뿐 아니라 병원을 방문한 이는 15%에 불과했다.

메디힐병원 민상진 병원장은 “많은 이들이 변을 볼 때 과도할 때 과도하게 힘을 주거나 시원하게 변을 보지 못할 때 변비라고 판단하기 쉽다”며 “하지만 배변량이 많더라도 배변횟수가 주3회 이하거나 주기가 불규칙할 때 ‘이완성변비’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성변비는 대장운동력이 약해져 생기는 변비다.

변비약 의존하면 ‘게으른 장 증후군’ 발생할 수도

이완성변비가 발생하면 장내 변비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변의 부피가 작고 단단해진다. 흔히 생각하는 변비와 달리 변을 보지 않아도 환자가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갈수록 배가 팽팽해지고 속이 더부룩할 뿐 아니라 아랫배에서 딱딱한 촉감이 느껴진다. 소화불량과 증상이 비슷해 쉽게 지나치기도 한다.

주로 대장이 노화됐을 때 증상이 나타나지만 젊은 층에서도 다이어트, 스트레스로 인한 배변장애가 발생한다. 특히 변비증상이 있어 장운동을 촉진하는 변비약을 오래 복용했을 때 나타난다.

변비약은 변을 부드럽게 하거나 부피를 부풀려 배변을 돕기 때문에 항문 스트레스와 배변고통을 줄여준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변비약을 과도하게 복용하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변비가 만성화됐을 때 복약을 멈추면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건조하고 딱딱해진 직장에 변이 정체된 ‘분변매복’도 만성변비를 치료하기 위해 변비약을 오래 먹은 사람에게 자주 나타난다. 또 변비약을 오래 복용하면 비타민 등 다른 영양소가 흡수되기 전 신체 밖으로 배출돼 체내염분, 영양소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민 원장은 “변비약에 길들면 약 없이 대장이 운동하지 못하는 ‘게으른 장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고 변의를 잘 느끼지 못하는 이완성변비가 지속돼 만성화될 수 있다”며 “만성변비로 대장 내 숙변이 쌓이면 혈압이 올라가고 뇌출혈까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치질, 직장암, 대장암 등 심각한 대장항문질환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어 변비증상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식이섬유섭취, 배변습관 고쳐 만성변비 개선

변비환자 대부분은 기능성변비를 겪는다. 따라서 생활습관을 고치면 만성변비를 예방할 수 있다. 먼저 규칙적인 식사, 식이섬유 섭취로 대장이 주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침식사를 하면 두뇌활동뿐 아니라 대장운동활성화를 돕는다.

식이섬유는 장에 쌓인 노폐물을 대변과 배출시키고 대변량을 늘려준다. 성인은 하루 20~30g 정도 섭취하면 변비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섬유소섭취가 갑자기 증가하면 가스, 복통, 설사 등이 일어날 수 있어 양을 조금씩 늘리는 것이 좋다.

올바른 배변습관 역시 중요하다. 아침잠에서 깼을 때 장운동량이 증가하는 만큼 이때 배변하기에 가장 좋다. 또 변의(便意)를 느꼈을 때 바로 화장실을 가고 3분 이상 배변시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만약 식이요법, 생활습관개선으로 효과가 없다면 검사를 통해 변비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장운동시간검사, 항문내압검사, 항문초음파, 근전도 등이 이뤄진다. 검사결과에 따라 수술이 이뤄지거나 3개월 이상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주입치료 등이 이뤄진다.

민 병원장은 “만성변비의 경우 장내용물과 장내세균이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져 아랫배에 불편감이 항상 느껴지게 된다”며 “심하면 복통이 발생하고 수면장애와 같은 2차문제까지 발생해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또 “변비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환자상태에 따라 여러 상황을 고려, 병을 진단하고 약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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