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골든타임’.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의 치열한 세계를 그린 메디컬드라마로 무엇보다 중증외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중증외상은 여전히 머리나 복부손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지(팔다리)외상치료에 대한 관심은 낮다.
특히 보행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중증하지외상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쳐 이를 위한 전문치료센터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첫 스타트는 이대목동병원이 끊었다. 지난 2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하지중증외상센터(이하 센터)를 개소한 것. 그 선두에 선 이승열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하지중증외상센터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하지전문 중증외상센터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렵지만 하지외상은 치료결과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져 전문치료가 꼭 필요한 분야입니다.”
하지중증외상은 기본적인 정형외과 진료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외상을 말한다.
하지의 여러 부위가 골절된 다발성골절부터 하지 쪽 혈관이 손상된 경우(외상성 혈행장애), 피부조직손상으로 감염위험이 큰 개방성골절까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응급의학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등 여러 과와의 협진이 필수다.
특히 센터는 응급센터 내원환자가 하지중증외상으로 분류되면 즉시 센터전문의에게 연결하는 진료시스템을 구축, 협진으로 인한 시간지체문제를 미연에 방지했다.
하지중증외상은 예측불가한 부상이기 때문에 외래진료처럼 환자에게 의료진을 선택할 여유가 없다.
따라서 이 교수는 환자와의 ‘관계형성’에 가장 공을 들인다. 이를 위한 그만의 노하우는 환자와 오랜 시간 깊게 대화하는 것. 현재상태와 예측회복기간 등 수술 전 환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를 빠짐없이 설명해준다.
이 교수는 “환자가 의사를 믿지 못하면 아무리 치료결과가 좋아도 만족도는 떨어진다”며 “시간이 오래 걸려도 환자의 궁금증을 다 해소해 믿고 치료받게 하자는 주의”라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이 교수의 진료실 앞은 대기환자로 늘 북적이지만 그의 진가를 일찍이 체험한 환자들은 오랜 대기시간조차 기분 좋게 견뎌낸다고.
국내에서 처음 문을 연 센터인 만큼 이 교수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과 간의 학문교류 외에도 각 병원 응급의료 종사자들과 교류를 추진하는 등 센터성장방안을 끊임없이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헬스경향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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