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범 원장의 ‘중국의료 분투기’]④ 대장금이 중국서 성공한 이유
[홍성범 원장의 ‘중국의료 분투기’]④ 대장금이 중국서 성공한 이유
  • 홍성범 서울리거상해병원 원장
  • 승인 2016.09.2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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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서울=아름다움’…브랜드를 팔아야 산다

이 칼럼은 우리나라의 성형의료기술과 노하우를 중국에 수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홍성범 원장의 솔직한 고군분투기입니다. 실패를 거듭하는 중국의료시장에서 홍 원장은 국내 성형의료기술을 중국에 전파하고 수출하기 위해 한해의 절반이상을 상해에 거주하면서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이 글이 독자들에게는 중국시장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흥미를, 국내병원과 젊은 의료진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용기를 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편집자 주>

 

 

홍성범 서울리거상해병원 원장

 

 


본질을 중시하고 음양오행을 따지며 제품이나 기술의 원천성과 선진국을 좋아하는 것이 중국인의 특성이다. 몇몇 한국브랜드의 성공은 이 사실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다. 이랜드 성공의 이면에는 잉글랜드라는 이미지가 있었으며 파리바게트의 성공은 중국인이 프랑스빵으로 인지해서다. 국내기업이 인수한 MCM은 독일브랜드라서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한국만의 독자적인 분야는 어디일까. 중국인이 ‘한국’하면 떠올리는 단어는 크게 ‘드라마’ ‘한류스타’ ‘화장품’ ‘성형외과’로 요약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삼성휴대폰이 있었지만 지금은 샤오미나 화웨이를 더 선호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삼성은 이미 중국시장에서 순위가 밀려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는 중국 소비자인지도에서 으뜸가는 한국의 아름다움에 기반한 산업, 즉 미용·성형·화장품산업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할 필요가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속도와 기업가치가 삼성전자 이상인 시대를 열어야한다. 중국여성이 갖고 싶어 하는 한국브랜드가 삼성휴대폰에서 화장품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서울리거상해병원에서 중국환자를 치료하면서 얻은 피부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근 마스크팩을 출시했다. 지난달 중국 미용박람회에 참가해 제품시연과 전시회를 가졌는데 유수의 브랜드보다 더 큰 인기를 얻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이유는 브랜드에 ‘서울’이라는 이름이 있어서였다. 서울리거의 서울이라는 단어 하나로 수많은 참가자들이 부스를 방문하는 유인효과가 생긴 것이다.

‘서울=아름다움의 도시’ ‘한국여성=예쁘고 아름답다’ ‘한국남자=멋지다’ ‘한국화장품=효과적’ ‘한국병원=성형외과’라는 공식이 이미 중국인에게 각인돼있다. 흔히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라고 한다. 인식을 만들기 위해 글로벌브랜드들이 어마어마한 마케팅비용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후진타오 전 주석이 내한했을 때 국빈만찬에 이영애 씨가 초대돼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대장금의 성공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이면이 있다. 당시 중국정부는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국드라마를 엄격히 통제했다. 하지만 대장금은 통제 없이 멀리 중국오지까지 방영됐다.

후일담으로 중국에서 들은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장금에서 장금이는 항상 웃어른에게 깍듯하게 인사하는데다 드라마 곳곳에 어른을 공경하고 예의범절을 지키는 모습이 드러난다. 중국이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잃어버린 유교전통과 문화를 우리 드라마에서 보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시청자들은 부모에 대한 효심을 다시 생각하게 됐으며 가족과 가정, 자식과 부모, 국가와 사회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이 점이 바로 대장금이 중국에서 널리 사랑 받고 중국정부가 외국드라마의 성공을 용인했으며 중국지도자가 대장금을 언급한 이유다.

당시 필자에게 찾아오는 많은 중국환자들이 이영애 씨의 사진을 들고 와 똑같이 성형해 달라고 수없이 요구했다. 얼굴도 유행이 있다면 바로 이때가 이영애 씨의 가짜여동생을 중국에 가장 많이 양산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필자소개 : 홍성범 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로 강남백병원 성형외과 과장, 한림대 의과대학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홍 원장은 동양성형외과와 BK성형외과 대표원장을 거쳐 현재 중국 상해 소재 서울리거병원의 대표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세계에서 6번째로 보톡스생산에 성공한 휴젤의 창업주이기도 한 그는 최근 코스닥 상장기업인 로켓모바일을 인수, 서울리거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화장품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홍성범 서울리거상해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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