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내 의료광고 ‘멋대로’
지하철내 의료광고 ‘멋대로’
  • 김치중 기자
  • 승인 2013.04.2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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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의료광고심의대상 제외…사실상 법 사각지대로

ㆍ의료광고심의대상 제외…사실상 법 사각지대로

지하철을 타면 흔히 볼 수 있는 병원광고. 왜 이렇게 지하철 내부에는 유독 병원광고들이 난무할까. 이유는 의료광고심의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마음만 먹으면 수월하게 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시행령 제24조(의료광고 심의대상 및 심의업무의 위탁)에 의거, 의료광고 전반을 심의하고 있는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심의대상에 지하철 차량 내 의료광고는 제외됐다. 옥외광고물관리법에는 교통수단 외부에 문자·도형 등을 아크릴·금속재 등의 게시시설을 설치해 표시하는 광고물만 관리하게 돼 있다. 법의 사각지대가 형성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하철광고는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심의필을 받은 광고와 그렇지 않은 광고가 혼재돼 있다. 법의 약점을 간파한 병원이라면 굳이 위원회에 심의수수료를 지불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광고심의필을 받지 않고 지하철차량 내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 한 병원 관계자는 “지하철광고는 심의필을 받을 필요가 없고 법적으로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분당선 지하철차량 내부에 부착된 모 병원광고. 이들 광고는 의료광고심의대상에서 제외돼 허위·과대광고 위험이 커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형 전’ ‘성형 후’사진을 게재한 성형외과광고물이 지하철 차량 내에서 범람하고 있지만 심의대상이 아닌 만큼 대중의 신고 없이는 처벌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현실은 이런데도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하철차량 내부 의료광고는 심의대상이 아니지만 허위광고신고가 들어올 경우 광고철회 등 상응하는 조치를 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며 “의료기관들도 과대허위광고를 자제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하철차량 내 광고를 의료광고심의대상에 포함하면 문제점이 개선될까. 현장의 목소리는 사뭇 달랐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출범 당시 실무를 맡았던 모 대학병원 교수는 “신문, 인터넷신문, 뉴스통신, 방송 및 잡지 등의 기사를 인터넷으로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전자간행물까지 심의대상이지만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제대로 심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심의대상만 추가하는 것은 무리”라며 “심의대상을 늘릴 것이 아니라 의사협회에 위탁돼 있는 의료광고심의위원회를 독립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치과협회 등에 광고기준이 있지만 시장상황이 어려운 한의원 관련 광고는 최대한 회원들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치과 관련 광고는 까다롭게 심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광고심의가 동일한 기준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심의기구를 만들어 시민단체 등을 참여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은 총 18명. 이중 3명을 제외하면 모두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로 구성됐다.

당시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광고심의의 객관성 담보와 업무지속성을 위해 독립적 심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주장했지만 의사협회 등의 반발로 인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직역 간 광고사전심의를 할 경우 형평성과 공정성을 갖추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의사협회가 꼭 의료광고심의를 위탁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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