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갑상선이야기] 경계성종양,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의 쟁점 아냐
[하정훈의 갑상선이야기] 경계성종양,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의 쟁점 아냐
  • 헬스경향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 승인 2017.04.1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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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갑상선암 진단이 줄어든다. 10%~20%는 ‘종양’으로 분류’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포털 뉴스게시판에 떴다. 국제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기존에 갑상선암의 한 종류로 분류됐던 것이 자세히 봤더니 암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의원 원장

암의 특징인 전이가 없으니 암이라 부르지 말고 ‘종양’으로 부르자는 것이다. 당시 이 연구결과를 두고 당장 갑상선암의 과잉진단, 과잉치료가 줄고 수술이 불필요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의 기사와 주장이 올라왔다.

1년만인 지난주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보도가 나왔다. 

우리나라 갑상선암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외국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와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3~4일 동안 20개 매체에서 관심을 갖고 보도했다. 

문제는 필자도 평소 관심 있던 내용이라 기사를 유심히 봤는데 기사내용이 너무 난해해 ‘과연 사람들이 이 기사를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기사의 헤드라인도 제각각이었다. 예를 들어 ‘암이 아닌 갑상선유두암종 국내선 2% 그쳐’ 또는 ‘WHO가 정의한 착한 갑상선암 우리나라는 2% 수준’이라는 제목은 비교적 내용을 잘 반영한 것이다. 

‘한국인 갑상선암 과잉진료 아니다’라거나 ‘갑상선암 과잉진단, 국내선 미국의 10~20% 그쳐’ ‘갑상선암 과잉진료 논란은 한국인 특성 때문’ ‘갑상선암 과잉진단과 치료논란 해결책 제시’라는 제목들은 연구결과를 곡해하거나 과장한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한국, 갑상선암 과잉진료 근거 있다’라는 제목은 다른 제목들과는 의미가 상반된다. 

문제가 된 갑상선종양은 ‘유두암 같은 세포핵의 특징을 가진 비침습형 여포성 갑상선종양(NIFTP)’이다. 이름도 참 길고 복잡하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일종의 경계성종양이라고 하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NIFTP 진단은 상당히 까다롭고 갑상선결절 전체를 조직검사로 확인해야만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름처럼 세포핵의 모양이 갑상선 유두암 같기 때문에 세포검사로는 ‘유두암 의심’으로 진단될 가능성이 높다. 갑상선암으로 생각하고 수술 받은 환자 중 일부가 이런 진단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이 새로운 이름으로 인한 중요한 변화는 암 진단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고 과잉치료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갑상선암환자에서 NIFTP가 차지하는 비율이 외국보다 현저하게 낮다는 것은 의외의 결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내 갑상선암수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NIFTP는 갑상선암수술 후 내려지는 진단이기 때문이다. 갑상선암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논란은 NIFTP가 아닌 보통의 갑상선암도 대부분 매우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나온 이슈다. 

따라서 NIFTP 환자의 비율이 낮기 때문에 우리나라 갑상선암은 과잉진료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오히려 갑상선암 과잉진료의 또 다른 요인을 찾아야하는 더 큰 숙제를 안겨주는 연구결과라고 할 것이다. 정리 유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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