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열’난다고 너무 걱정마세요
아이가 ‘열’난다고 너무 걱정마세요
  • 서울시보라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혜리 교수
  • 승인 2013.04.22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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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우리 아기가 열이 나서 약을 먹였는데도 또 열이 나요.” 진료할 때 어머니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다. 어제부터 열이 나 동네병원에서 약을 먹였지만 오늘 또 다시 열이 나 큰 병원에 왔다고 하는 경우다. 열 자체를 ‘나타나서는 안 되는 증상’으로 생각하고 두려워하는 부모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열’은 비정상적인 증상이 아니며 질병도 아니다. 오히려 열은 감염과 싸우기 위한 몸의 자연스럽고 이로운 반응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하면 몸 안에서 방어를 담당하고 있는 면역세포들은 우리 몸에 경고를 울린다. 이러한 경고를 전달하기 위해 면역세포들은 인터루킨, 인터페론, 종양괴사인자 등의 단백질을 분비하는데 이 단백질이 체온을 조절하는 시상하부에 체온을 올리라는 명령을 전달하는 것이다.
 
체온이 상승하면 병균을 제거하는데 필요한 활성산소 등이 더 많이 작동해 세균이나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즉 체온이 높아지는 것은 우리 몸이 바이러스 등을 이겨내기 위해 면역체계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증거이자 결과다. 만일 심한 감염이 있는데도 열이 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문제이며 면역체계에 이상이 있거나 면역반응이 충분히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감염일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대다수 어린이들은 1주일 정도에 걸쳐 서서히 바이러스감염을 이겨낸다. 그 기간에는 얼마든지 열이 발생할 수 있다. 병원에서 어린이들의 열감기 때 처방하는 약물은 대부분 감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이거나 세균감염이 의심될 때 추가되는 항생제 등이다. 기침·콧물약은 말 그대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이지, 감기의 원인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다. 

 

또 일반적으로는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항생제를 먹기 시작했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감기약을 먹어도 아이들이 바이러스를 스스로 이겨낼 때까지는 열 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흔히 발열은 직장체온이 38도 이상인 경우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감염으로 인한 발열은 41도를 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혹 특별한 증상은 없지만 평소에는 37도였는데 어제는 37.5도로 나와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용하는 체온계나 재는 시간에 따라 체온은 달라질 수 있어 정상적인 경우에도 하루 새 36.6도에서 37.9도까지 다양하게 측정되며 일반적으로 초저녁에 가장 높고 아침에 제일 낮다. 
 
부모들은 아이가 열이 나면 막상 어떻게 해야 할 지가 고민이다. 먼저 열이 날 때 가장 큰 목적은 정상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힘들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우선 열을 떨어뜨리기 위해 해열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해열제는 열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진통효과도 있어 전반적인 상태를 호전시켜 아이를 편하게 해줄 수 있으며 보채는 증상도 호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해열제를 먹는다고 당장 열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아주면 체온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대다수 부모들은 아이가 항상 정상체온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약간의 열이 나거나 열이 아닌데도 해열제를 먹이기도 한다. 심한 경우 잘 자고 있는 아이를 깨워 해열제를 먹이기도 한다. 대개 체온이 38도 이상이 되면 해열제를 복용하라고 권하지만 아이가 보채거나 힘들어하지 않으면 잘 자고 있는 아이를 깨워 해열제를 먹일 필요는 없다. 
 
해열제의 효과는 대개 복용 후 30~60분에 나타나기 때문에 그 후 효과를 판단해야 한다.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지속된다고 불안해하며 해열제를 반복적으로 먹이는 경우 하루 복용량을 초과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해열제를 먹인 후 정상체온으로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체온이 약간 떨어지면서 아이가 덜 힘들어한다면 계속 먹이지 않아도 된다. 
 
간혹 열이 나자마자 응급실에 오면서 혹시나 해서 해열제를 먹이지 않고 왔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이에게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적절한 처치가 아니다. 해열제를 사용한다고 해서 질병경과가 더 악화되거나 합병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아이가 열이 난다고해서 무조건 응급실에 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열이 나는 어린이에게서 중요하게 관찰해야 할 것은 열이 떨어졌을 때도 활동, 수면, 행동, 먹는 것 등이 평소와 비슷한지 여부다. 아이가 열이 나면서 먹는 것은 약간 적어졌지만 소변도 잘 보고 평소만큼 노는 것 같으면 괜찮다.
 
반면 자꾸 자려고 한다거나 먹는 것을 반복적으로 토한다거나 숨쉬기 힘들어 보인다거나 지속적으로 끙끙대면 즉시 병원에 가야한다. 특히 태어난 지 3개월 이하의 신생아는 38도 이상의 발열이 있으면 심한 세균감염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 일반적으로 통원치료하지 않고 입원시켜 검사와 치료를 병행해야한다.
 
이제 우리 어린이들에게 감기가 창궐하는 본격적인 환절기다. 열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고 이를 통해 백전백승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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