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갑상선 이야기]갑상선암은 정말 검진이 필요없을까?
[하정훈의 갑상선 이야기]갑상선암은 정말 검진이 필요없을까?
  •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 승인 2017.05.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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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갑상선암검진과 관련된 중요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건강검진의 효용성과 위해성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미국 예방서비스 태스크포스(USPSTF)가 목에 만져지는 혹이나 목소리변화 같은 갑상선암증상이 없는 성인은 검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권고안을 발표하고 자세한 내용을 유명의학저널인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갑상선암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갑상선암사망률은 변화가 없다. 과연 천천히 자라는 갑상선암을 증상이 생기기 전에 미리 발견해 제거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갑상선암검진이 갑상선암 치료결과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결과는 없다. USPSTF는 갑상선암검진 자체의 효용과 위해를 분석하고 갑상선암 조기치료의 효용과 위해를 따로 분석했다.

갑상선암검진은 초음파검사와 초음파검사유도 세침흡인세포검사를 이용한다. 이 검사들은 갑상선암 발견에 도움이 되고 특별한 위험성은 없다. 갑상선암 조기수술이 수술하지 않거나 뒤늦게 수술하는 것에 비해 암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없다. 하지만 갑상선암수술은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성대마비의 위험성이 있다.

다시 말해 검진 자체는 효과적이고 해로운 것이 없지만 갑상선암 조기수술은 효과를 잘 모르는데 해로울 수도 있으니 아예 검진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전혀 없이 갑상선암을 치료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아예 발견해내지도 말자는 접근법이다.

하지만 증상이 생긴 갑상선암은 이미 상당히 많이 진행한 상태이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서는 진작 발견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 수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도 삶의 질에 있어서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검진으로 발견한 갑상선암을 모두 수술한다면 갑상선암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지내는 편이 나을 수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지난해 발표된 대한갑상선학회 갑상선결절 및 암 진료 권고안의 접근법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과잉진단, 과잉치료를 피하기 위해 초음파검사에서 암이 의심되는 작은 갑상선결절(크기 1cm미만)이 발견돼도 주변 침범이나 전이소견이 없으면 세포검사도, 수술도 하지 말고 관찰하자는 것이다. 또 수술을 결정했어도 범위를 줄이자는 것이다.

갑상선암은 건강검진으로 찾아내지 말자고 할 정도로 예후가 좋은 암이다. 그래도 건강에 대한 선택권은 환자에게 있기 때문에 방치로 인해 억울한 일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엄밀히 말해 갑상선암은 과잉진단이 아니라 과잉치료가 문제다. 따라서 갑상선암 진료권고안에 따라 치료를 결정하는 용기와 여유를 가질 필요도 있다.

<글 |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정리 ㅣ 헬스경향 최혜선 객원기자 hsch6070@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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