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모르는 약 복용법
우리가 잘 모르는 약 복용법
  • 이의갑 의학식품전문기자·심현진 대학생 인턴기자
  • 승인 2017.06.2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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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제형 바뀌면 약효 변해…물은 충분히 섭취해야

카페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A씨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감기약을 자몽에이드와 함께 단숨에 삼켰다. 괜찮은 걸까.

자몽은 약물대사효소인 CYP3A4의 작용을 억제한다. 즉 약물대사를 억제해 혈중약물농도를 증가시킨다는 뜻이다. 증가된 약물농도는 약물의 체내흡수를 지나치게 증가시켜 독성을 초래할 수 있다.

먼저 물을 찾기 귀찮다고 약을 그냥 삼켜서는 안 된다. 보통 적은 양의 물과 약을 먹으면 약물농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약이 제대로 작용하려면 일단 몸속에서 녹아야한다. 이화여대 약학과 이화정 교수는 “다량의 물은 약이 흡수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약은 200~250ml의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약은 식후 30분에 먹는다. 이화정 교수는 약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약물의 체내혈중농도라고 설명한다. 위에 남아있는 음식물은 약물의 붕해를 방해해 흡수를 저해할 뿐 아니라 약과 상호작용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이 약물흡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어떤 약은 하루 3번, 어떤 약은 하루에 1번 먹는다. 약물복용 시에는 약이 몸속에 머무르는 반감기를 고려해야한다. 약물마다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반감기가 긴 약은 약효가 일정수준 사라지기 전에 먹으면 체내에 축적돼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 반면 반감기가 짧은 약은 자주 먹어야한다. 약물마다 반감기가 달라 이에 따라 약물복용빈도가 결정되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약을 먹일 때도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약을 삼키기 어려워한다고 알약을 가루약으로 갈아 먹이거나 큰 약을 쪼개 먹인다. 이는 크게 잘못된 행동이다. 제형을 바꾸면 약효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예컨대 장용정은 위에서 녹지 않고 장에서 녹아 흡수되도록 코팅된 제형이다. 이 제형을 임의로 변화시키면 위에서 흡수되거나 위산에 분해돼 장에 도달했을 때에는 약효가 사라지기도 한다. 이처럼 약은 체내작용을 고려해 정교하게 디자인돼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증상이 나았다고 약을 그만 먹거나 띄엄띄엄 복용한다. 이러한 행동은 약제내성을 유발한다. 대표적인 예가 항생제다. 약을 오래 먹어서 내성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화정 교수는 “처방받은 항생제는 끝까지 먹어야한다”며 “내성은 균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약물복용을 중단해 생기는 것으로 내성이 걱정된다면 균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약을 복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헬스경향 이의갑 의학식품전문기자·심현진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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