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갑상선 이야기] 갑상선암수술을 위한 다양한 마취방법
[하정훈의 갑상선 이야기] 갑상선암수술을 위한 다양한 마취방법
  • 헬스경향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 승인 2017.08.1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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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2일 토요일,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제14차 ‘두경부 서울포럼’이라는 학술행사가 열렸다. 대한갑상선두경부외과학회와 6개 대학병원의 공동 주최로 매년 열리는 행사다. 올해 주제는 ‘갑상선암에서의 실용적 의사결정’이었다. 20개의 다양한 제목으로 해당 분야 권위자들의 열띤 강의와 토론이 있었다.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갑상선암의 역학, 검사 및 진단, 예후분석부터 시작해 갑상선암 수술기법, 마취방법, 내시경 및 로봇수술, 수술 합병증 관리, 그리고 진행성 갑상선암 치료 등 갑상선암 진단과 치료 전반에 대한 최신 지견을 배울 수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 필자는 ‘국소마취로 수행하는 갑상선암수술’에 대해 강의했다.

필자가 갑상선암수술을 국소마취로 하게 된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 때는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림프절 절제술이 필요해 필자에게 의뢰된 갑상선암환자가 있었다.

환자는 두 달 전 다른 병원에서 갑상선암수술을 받은 후 양측 성대마비가 생겨 숨 쉬기도 힘들고 음식 삼킬 때 사레도 많이 들려 한참 고생하다 이제 막 적응하기 시작한 상태였다. 방사성요오드치료를 위해 내분비내과를 방문했는데 사전 검사에서 경부 림프절 전이가 많이 남아있는 것이 발견돼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양측 성대마비는 치료가 매우 어려워 환자가 스스로 적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상태에서 다시 전신마취를 해 목에 튜브를 넣었다 빼면 또 한동안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한 번도 해 본 적은 없지만 자가호흡을 유지할 수 있는 국소마취로 림프절 절제술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국소마취로 하는 갑상선암수술은 미국에서 종종 한다고 알고 있었다. 논문을 찾아 공부하고 마취과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국소마취와 수면마취를 같이 하면서 첫 수술을 문제없이 마쳤다.

국소마취-수면마취 갑상선암수술은 전신마취수술보다 약간 까다롭다. 수술 부위가 환자의 호흡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수술경험이 부족한 의사는 하기 어렵다. 또 무호흡이 생기면 수술을 중단하고 환자를 깨운 다음 다시 마취와 수술을 진행해야 해 평소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시행할 수 없다.

통증 조절에 중요한 국소마취제는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양의 한계가 있다. 따라서 수술범위가 너무 넓으면 시행할 수 없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수술이나 마취에 대해 예민하거나 불안해하는 사람도 하기 어렵다.

그래도 전신마취에 비해 회복이 빠르고 목에 튜브를 넣지 않기 때문에 수술 후 목 불편감이나 목소리 변화가 훨씬 적다. 최근에는 갑상선반절제술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국소마취-수면마취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국소마취-수면마취 갑상선암수술의 장단점에 대한 필자의 연구결과는 유럽 이비인후-두경부외과학회지(European Archives)에 게재될 예정이다. 정리 유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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