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갑상선 이야기] 부부에게 생긴 갑상선암, 자녀에게 유전될까?
[하정훈의 갑상선 이야기] 부부에게 생긴 갑상선암, 자녀에게 유전될까?
  • 헬스경향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 승인 2017.09.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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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모두 갑상선암으로 진단받은 부부가 필자를 찾아왔다. 병명은 갑상선유두암이었고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부부는 하루 차이로 나란히 수술받았다. 부부는 자신들의 갑상선암이 아이에게 유전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면서 조기진단을 위해 아이들은 몇 살 때부터 갑상선초음파검사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 궁금해했다.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우선 갑상선유두암은 유전되는 병일까? 갑상선암의 5~10%는 가족성으로 생긴다고 알려졌다. 여기서 가족성이라는 것은 가족구성원 중 2명 이상에서 갑상선암이 발생했을 때를 말하는데 가족성이 곧 유전성과 같은 것은 아니다. 

유전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갑상선암은 매우 드문 수질암이다. 수질암환자의 약 20%는 유전자변이가 암의 원인이고 유전되기 때문에 직계가족의 유전자검사를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갑상선유두암과 여포암은 유전되지 않는다. 단 가족구성원 중 갑상선암환자가 있으면 다른 가족의 갑상선암 발생확률이 높다. 이는 실제로 발생병이 많은 것일 수도 있지만, 갑상선암 환자가 있는 가족의 다른 구성원들이 검사를 더 많이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자녀의 갑상선암 조기진단을 위해 갑상선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이 유용할까? 암을 조기진단하기 위해 검진(스크리닝, 선별검사)하는 것은 암의 위험도가 높은 환자들에게 조기진단이 암 재발이나 환자생존율 등에 좋은 영향을 미칠 때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갑상선암 검진의 유용성에 대한 연구보고는 거의 없다. 따라서 갑상선암 검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최근 국내 한 연구에서 갑상선암 조기진단이 사망률을 감소시켰다는 결과가 나와 검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가족성으로 생기는 갑상선암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예후가 더 나쁘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가족성 갑상선암에 대해서도 갑상선 조기진단이 유용한지 연구된 바 없어 자녀의 갑상선암 검진을 일률적으로 권고하지는 않는다. 

만일 자녀의 갑상선암 검진을 위해 초음파검사를 하기로 했다면 몇 살부터가 좋을까? 필자가 수술했던 최연소 갑상선유두암환자는 만6세였다. 가족성 갑상선암환자는 아니었는데 많이 진행된 상태로 진단받았고 큰 수술과 방사성요오드치료를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위 부부의 자녀에게 만6세 이전부터 갑상선초음파검사를 권유할 수는 없다. 필자의 경험은 극히 드문 사례고 몇 살부터 갑상선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이 유리한지도 전혀 연구된 바 없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갑상선유두암은 유전되는 병이 아니다. 가족성으로 생기는 경우가 있지만 자녀의 갑상선암 조기진단을 위해 갑상선초음파검사를 일률적으로 권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사랑의 손길로 자녀의 목을 자주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조기진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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