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 원인 1위 심근경색, ‘전조증상 겪고도 몰라’
돌연사 원인 1위 심근경색, ‘전조증상 겪고도 몰라’
  • 정희원 기자 (honeymoney88@k-health.com)
  • 승인 2017.10.3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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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마비 환자의 75%는 심근경색이 발생하기 수일 또는 수개월 전부터 흉통, 호흡곤란, 심계항진, 피로감 등을 느끼지만 대부분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겨 방치하기 마련이다.

지난 30일 오후 교통사고로 숨진 배우 김주혁 씨의 사망소식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사망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심근경색’이다. 운전 중 심근경색 증상이 나타나 정신을 잃고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 것.

심근경색을 사인과 연관짓는 것은 ‘운전석에서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는 목격자의 증언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고 김주혁 씨는 올해 만 45세다. 한창의 나이에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만큼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를 의심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머리 손상’이었다. 최종부검결과는 일주일가량 걸린다. 사고 당시 김주혁 씨가 이송된 건국대병원 측은 사인과 관련 ‘심근경색 증상을 일으킨 뒤 교통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는 의사소견을 경찰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병원은 부검 전까지 사망원인을 확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돌연사 원인 1위, 전조증상 놓치는 것이 원인

심근경색은 국내 돌연사 원인 1위로 꼽히는 심질환이다. 심장마비로 불리기도 한다. 이 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수는 한해 9000여명이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며 호흡곤란이나 구토 등을 일으킨다.

심근경색은 심장근육이 갑자기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 괴사하며 유발된다.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은 관상동맥이다. 관상동맥은 동맥경화증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혈관으로 동맥경화증이 있는 사람은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장질환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해야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병권 교수는 “심근경색이 무서운 이유는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등 전조증상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 사망하는 경우가 3분의 1 정도로 사망률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심근경색은 초반에 자각증상을 빨리 알아차리고 심각한 통증이 수반되기 전 병원을 찾아 심장괴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근경색의 대표증상인 가슴 전체를 쥐어짜는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은 20~30분씩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등·팔·턱까지 통증이 번지면 급성 심근경색을 의심해볼 수 있다. 여기에 호흡곤란 및 식은땀, 구역질까지 동반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 환자 75%, 발병 수일·수개월 전부터 전조증상 겪어

심장마비 환자의 75%는 심근경색이 발생하기 수일 또는 수개월 전부터 흉통, 호흡곤란, 심계항진, 피로감 등을 겪는다.

이병권 교수는 “문제는 전조증상이 있어도 초반에는 통증이 심각하지 않거나, 있다고 해도 단순 소화불량 정도로 인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이라며 “심근경색 환자의 절반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 혈관협착 정도가 5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전조증상 없이 바로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경우 증상을 오인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돌연사에 이르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특히 심근경색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밤낮으로 일교차가 클 때 더욱 유의해야 한다. 찬바람을 갑자기 쐬고 난 뒤, 계단오르기 등 운동 후 가슴이 답답하며 뻐근하거나 두근거린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받아볼 필요가 있다.

■ 골든타임은 3~6시간, 심정지시 ‘즉각 심폐소생술’

심근경색은 서서히 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과 달리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해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본인이 움직이기 어렵다면 119에 연락하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3~6시간 내로 막힌 혈관을 재개통해야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병권 교수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지고 심각한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정지는 4~5분 내로 즉각적인 심폐소생술이 이뤄져야 뇌손상 등 심각한 합병증 및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심근경색이 발생했다면 스스로 대처하기 어렵다”며 “평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심근경색 가족력 등 동맥경화증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미리 점검받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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