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자궁근종] ①빠른 초경·출산기피 ... 여성호르몬 과다노출 원인
[젊어지는 자궁근종] ①빠른 초경·출산기피 ... 여성호르몬 과다노출 원인
  • 정희원 기자 (honeymoney88@k-health.com)
  • 승인 2017.12.1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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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궁근종은 흔히 중년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12년간 20대 후반~30대 환자가 크게 늘었다.

“아직까지 자궁근종 문제로 내원하는 환자는 대다수가 40대이지만, 최근에는 20~30대 환자도 부쩍 늘었습니다. 과거에 비해 환자연령대가 낮아졌습니다.”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김재욱 원장은 최근 자궁근종으로 내원하는 젊은 여성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한다. 자궁근종은 여성에게 생기는 가장 흔한 양성종양이다. 전체 가임기 여성 5명 중 1명에서, 35세 이상 여성의 경우 많게는 2명 중 1명에서 발견될 정도다. 근종 크기는 1~30㎝까지 다양하며 이렇다 할 증상이 없어 놓치기 쉽다.

■ 중년여성 전유물 아냐 … 12년간 2030환자 약 4배 증가

자궁근종은 흔히 중년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12년간 20대 후반~30대 환자가 크게 늘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이 2003~2013년 자궁근종 연간발생률 증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26~30세군의 자궁근종 연간발생률은 0.21%에서 0.73%로 3.48배 증가해 전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31~35세 자궁근종 환자의 연간발생률도 같은 기간 2.68배 증가해 두 번째로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환자는 자신이 자궁근종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의심조차 하지 않기 때문에 적잖이 당황한다. 이들은 주로 생리량이 감당되지 않을 정도로 늘거나, 없던 생리통이 생기거나, 임신준비를 하며 산전검사를 받다가 근종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미디어 등에서 자궁근종을 다루는 장면 때문에 걱정한다. 자궁근종은 드라마 속에서 중년 여배우의 여성성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계기를 설명하는 장치로 흔히 쓰인다. 여배우가 결국 자궁적출술을 받고, ‘여자로서의 나는 끝’이라며 슬퍼하는 장면도 익숙하다.

하지만 이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김재욱 원장은 “자궁근종을 갖고 있다고 무조건 여성성을 잃거나 자궁적출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정기검진을 받으며 근종변화를 제때 살피는 것만으로도 극단적인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문제는 ‘에스트로겐 노출’, 이른 초경·출산기피도 원인

젊은 여성에서의 자궁근종이 급증하는 원인으로 ‘에스트로겐 과다노출’이 꼽힌다. 자궁근종은 여성호르몬 변화에 의한 ‘생리 횟수’가 많을수록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리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기는 임신·모유수유 때다. 실제로 출산경험과 자궁근종 발생 위험은 역비례 한다. 임신출산 경험이 많을수록 생리횟수가 줄어들며 호르몬 자극을 피할 수 있어서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산부인과 경민선 교수는 “자궁·유방종양은 여성호르몬에 영향을 받는다”며 “요즘 2030 여성들은 이른 나이에 초경을 맞아 여성호르몬에 상대적으로 일찍 노출된 편이지만 출산횟수는 반대로 크게 줄어들어 에스트로겐에 오래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여성호르몬 자극이 누적되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20대 후반~30대에 자궁근종이 유발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여성도 자궁건강에 신경써야 한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정상체중보다 몸무게가 10kg 이상 초과되면 자궁근종에 걸릴 확률이 20% 정도 상승한다고 지적한다.

■ 생리패턴 파악, 정기검진이 관건

자궁건강을 챙기고 싶다면 평소 자신의 생리패턴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 여성은 완경을 맞기까지 평균 35년간, 1년 중 65일씩 생리를 하지만 정작 자신의 ‘정상적인 생리패턴’이 어떤지 잘 모른다.

정상적인 생리주기는 21~38일로 평균 3~8일 이뤄지며 1일 생리량은 20~80ml다. 생리 후 전에 없던 어지럼증, 빈혈 등이 나타나는 경우 월경과다로 볼 수 있다. 빈혈이 심해져 탈모가 생기거나 손톱이 얇아지고 자주 부러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월경과다는 자궁근종의 주증상이기도 하다. 최근 몇 개월간 이러한 변화를 겪었다면 병원을 찾아 초음파검사, 자궁경검사 등 간단한 검진으로 자궁근종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김재욱 원장은 “자궁근종은 그 자체보다 증상이 악화되며 나타나는 증상들이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것이 문제”라며 “자궁근종 진단 후 특별한 문제가 없거나 크기가 작다면 주기적인 관찰로도 충분하지만 생리대를 하루에 수도 없이 교체하거나, 일상생활이 불편하고 걱정될 정도로 월경량이 많거나, 빈혈이 심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면 적절한 치료를 고려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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