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자궁근종] ②진단 후 임신·출산계획 문제없을까?
[젊어지는 자궁근종] ②진단 후 임신·출산계획 문제없을까?
  • 정희원 기자 (honeymoney88@k-health.com)
  • 승인 2017.12.2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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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준비 과정에서 자궁근종으로 진단받았더라도 의사로부터 근종 상태를 정확히 진단받고 임신계획을 세우면 건강한 아이를 만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몇 달간 생리가 펑펑 쏟아지길래 결혼준비 스트레스인 줄 알았더니 자궁근종 탓이었습니다. 당장 내년에 아기계획을 갖고 있는데 무사히 출산할 수 있을지 괜히 막막합니다.”

예비신부 김모 씨(33)는 최근 자궁경부암검사를 받으러 산부인과에 갔다가 뜻밖에 자궁근종으로 진단받았다. 의사에게 ‘전에 비해 생리통이 심해지고 월경량이 늘었다’고 지나가듯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간단한 초음파검진 후 자궁근종이 원인이라는 소견을 들었다. 임신·출산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 장막하근종 가임력에 큰 영향 없어 … 점막하근종은 ‘주의’

최근 20~30대 젊은 가임여성에서 자궁근종 발병률이 높아지며 근종이 ‘가임력’을 방해하진 않을까 걱정하는 여성이 적잖다. 자궁근종은 여성에게 흔한 양성종양이다. 암으로 악화되거나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임신과정을 힘들게 할 우려가 있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성석주 교수는 “임신준비 과정에서 자궁근종으로 진단받았더라도 무조건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근종의 종류와 위치에 따라 임신에 미치는 영향력이 각각 다르며 해결책도 존재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의사로부터 근종 상태를 정확히 진단받고 임신계획을 세우면 건강한 아이를 만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자궁근종은 크게 ▲장막하근종 ▲점막하근종 ▲근층내근종 등으로 나뉜다. 자궁표면에 생기는 장막하근종은 임신능력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드물고 근종 크기가 커도 임신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자궁내막 안에 생긴 점막하근종이나 근육층 안에 자리 잡은 근층내근종이 3㎝ 이상이라면 출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점막하근종으로 인해 자궁내막이 얇아진 경우 태아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혈액공급량이 줄어들어 심한 경우 유산에 이를 수 있다. 이를 제거하면 가임력도 향상될 수 있다.

■ 임신 후 발견된 근종, 산도 막지 않으면 정상분만 가능

임신 후 자궁근종으로 진단받은 경우는 어떨까. 자궁근종이 산도를 막고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 정상분만으로 출산할 수 있다. 3㎝ 이상의 근종이 자궁 체부 아래쪽에 있을 경우 산도가 좁아져 태아가 나오다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제왕절개를 고려해야 할 수 있다.

근종 아래쪽에 태반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 임신 중후반부에 조기진통을 유발하거나, 태아 위치를 비정상으로 만들거나, 태반 조기박리·잔류태반·산후출혈 등 문제를 만들 위험성이 존재한다. 자궁근종이 여러개 있거나 크기가 클수록 이러한 증상이 쉽게 나타난다.

성석주 교수는 “임신 후 3개월 정도 지나면 임신 기간 동안엔 근종 크기가 더 이상 커지지 않아 주치의와 상황을 관찰하며 출산준비를 해나가면 된다”며 “하지만 임신 전 자궁내막이나 난소 주변처럼 불임을 유발할 수 있는 곳에 근종이 생겼다면 적절한 대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밀한 진단 후 상황에 따라 치료가 시급하다면 치료부터, 근종 위치나 크기가 임신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임신을 권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임신부터? 치료먼저? … 상황따라 달라요

대표적인 자궁근종 치료법으로 ▲자궁근종하이푸 ▲자궁근종색전술 ▲복강경수술 ▲자궁경수술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절개수술보다 비수술적 치료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김재욱 원장은 “과거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궁적출수술을 가장 많이 시행하는 나라였다”며 “하지만 초혼 연령이 높아지며 가임력을 오래 유지하려는 여성이 늘고, 자궁 자체를 ‘임신을 위한 장기’가 아닌 여성성을 상징하는 기관으로 보며 의사들도 자궁을 최대한 보존하려는 시술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11㎝ 자궁근종 제거 후 임신가능성 높인 사례도

이와 관련 아랫배를 꽉 찬 11cm 근종으로 임신이 어려웠던 여성이 비수술적 자궁근종치료로 호전돼 임신가능성을 높인 사례도 있다.

김재욱 원장은 첫째 임신 때 자궁근종으로 진단받은 30대 중반 A모 환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A환자는 첫째딸, 둘째딸 모두 자연분만으로 건강히 출산한 뒤 셋째 계획까지 세운 상황이었다. 출산 후에도 근종이 계속 자라 내원 당시 근종이 무려 11cm로 커져 있었다. MRI 결과 근종이 아랫배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다가 자궁내막도 많이 눌려 있어 더 이상 임신하거나 임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A환자는 셋째 임신을 위해 자궁근종 치료를 결심했다. 하지만 방문한 산부인과마다 ‘이미 두 자녀나 출산했고 근종이 너무 크니 자궁적출술을 받으라’고 권했다. A환자는 아직 젊은 나이인데다가 시댁에서는 대를 이을 아들을 낳길 원해 자궁적출술을 결정할 수 없었다. 수소문 끝에 자궁을 보존할 수 있다는 자궁근종색전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자궁근종색전술은 일종의 인터벤션치료다. 사타구니에 작은 주사구멍을 내고 혈관 속으로 가느다란 카테터를 삽입, 근종으로 이어진 혈관을 색전제로 차단한다. 시술 후 근종에 공급되던 혈액이 끊기고, 영양분과 산소가 차단되며 근종 크기가 줄고 증상이 호전된다. 괴사돼 쪼그라든 자궁근종은 몸속에 남아도 해롭지 않다. 간혹 질을 통해 배출되는 경우도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도 2004년 백악관 집무에 열중하던 중 이 시술로 자궁근종을 치료했다.

김재욱 원장은 “일반적으로 자궁근종 색전술을 시행하면 근종부피는 약 60% 정도가 줄어들고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A환자는 시술 3개월이 지난 뒤 받은 MRI검사 결과 근종이 완전 괴사됐으며, 5개월 후에는 근종이 전부 배출돼 규칙적인 생리주기, 생리량 감소 등 자궁이 정상적으로 회복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단 어떤 치료를 받았든 임신하기까지 어느 정도 여유를 둘 필요가 있다. 시술 후 자궁이 안정적인 상태를 되찾을 때까지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하며 최소 6개월 이상 지켜보며 추적관리에 나서야 건강한 임신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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