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털 동의보감]재물 집착은 ‘겁’이 많기 때문
[멘털 동의보감]재물 집착은 ‘겁’이 많기 때문
  • 강용혁 분당 마음자리 한의원장
  • 승인 2013.05.31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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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왜 재물에 집착할까. 흔히 탐욕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마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그는 필요 이상의 재물에 대한 집착은 ‘겁(怯)’이 많아서라고 일갈했다.

가수 장윤정(사진)의 예를 보자. 그의 별명은 ‘행사의 여왕’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다. 행사라면 시골까지 가리지 않았고, 심지어 몸이 아파도 차 안에서 링거를 맞을 정도였다. 톱가수로 부와 명성을 얻은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아홉 살 때부터 시골장터를 누볐다”며 “지금도 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위 시선은 곱지 않았다. “돈 버는 기계”라거나 “돈독이 올랐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이제 이런 시골 무대까진 안 와도 되지 않는가”라는 주변 만류도 그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무대에서 내려오면 웃음기는 사라진 채 악착같이 일했다.

심지어 그와 동고동락한 사장이 “너도 피는 흐르니?”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돈 욕심이라며 온 세상이 나를 다 미워하는 것 같았다”며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런 비난까지 감수하며 행사에 이토록 매진한 이유는 뭘까? 돈 욕심은 전혀 없었고 그가 말한 대로 팬들에 대한 보은 차원일 뿐일까. 아니면 정말 지독한 돈 집착일까.
 
정작 그는 경제 개념이 없다. 자신이 얼마를 벌고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도 몰랐다. 보석이나 명품 구입 등 소비에도 관심이 없다. 지인과 포장마차에서 쓸 용돈 챙기는 게 전부랄 만큼 소박하다. 그럼에도 많이 벌어야 한다는 강박적 사고에 갇혀 있다.

이제마의 혜안대로 과거의 심리적 상처에 대한 지나친 ‘겁’ 때문이다. 그는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 정도로 가난했다. 자신이 돈을 벌면서 함께 모여 살 수 있었다. 이런 아픈 기억들로 ‘돈=가족 행복’이라는 등식이 형성된 것이다. 자신이 돈을 많이 벌어야 가족들이 모여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찜질방까지 딸린 큰 집을 사준 뒤에도 그런 마음의 습관은 바꾸기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지독한 짠순이란 지적도 받는다. 심지어 “내가 돈을 쓰면 왠지 가족들에게 미안해진다”고 말한다. 왜 이런 죄책감까지 들까.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한 ‘돈=가족의 행복’, 역으로 말하면 ‘지출=가족의 불행’이란 무의식 때문이다.

주변에선 돈 욕심이 많다고 하지만, 정작 그는 돈 욕심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돈 욕심이 많아 보이는 건 표면적 행동이고, 내면적 동기는 돈 욕심이 아니라 겁과 불안을 피하려는 것뿐이다.

다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의 상처, 미래에 또다시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지나친 겁, 이 두 가지가 현재 당연히 누려야 할 작은 행복마저 사치스럽다며 스스로를 번번이 짓누른다. 왜 버는지, 얼마가 어디에 필요한지도 모른 채, 그저 재물을 쓰지 않고 많이 쌓으면 겁과 불안을 잠재우고 가족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착각이다.

최근 열애 소식과 함께 지난 10년간 모은 돈을 모두 잃고 빚만 수억원이란 안타까운 소식도 알려졌다. 그는 새롭게 일어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예전보다 더 많은 행사로 더 악착같이 벌면 진정한 전화위복이 되는 걸까? 왜 그토록 행사에 집착했는지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아울러 사용치 못하는 재산은 오히려 현재의 행복을 짓누르며 가족 또한 더욱 멀리 갈라놓은 무거운 짐이 되었음을 깨닫는 것이 우선이다.

강박과 불안, 우울과 공포 뒤엔 그와 연관된 분명한 콤플렉스가 존재한다. 이로 인한 마음의 치우침을 알아가는 것이 위기를 통한 진정한 전화위복이다. 이제마는 남은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필요 이상의 많은 재물이나 권력이 아니라, 인생 전반기에 어쩔 수 없이 겪었던 상처를 조금씩 돌아볼 수 있는 내면의 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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