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갑상선-두경부 이야기] 자궁경부암과 편도암이 서로 관계 있다고?
[하정훈의 갑상선-두경부 이야기] 자궁경부암과 편도암이 서로 관계 있다고?
  •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 승인 2018.02.2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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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계속 아픈데 이비인후과에서 후두내시경, 초음파검사를 받아도 이상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산부인과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16번에 감염됐다고 진단받았어요. HPV 16번이 편도암 같은 두경부암도 일으킨다는데 목 아픈 것이 두경부암증상인가요?”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이겠지만 이런 질문을 하는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 아내가 HPV에 감염돼 남편이 구강암검사를 원해 방문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남편의 음경에서 HPV감염이 발견돼 구인두암검사를 받으러 오는 아내도 간혹 있다.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자궁경부암과 편도암, 구인두암, 구강암은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는 편도암을 포함한 구인두암을 일으킨다. 자궁경부점막과 편도점막이 비슷하게 생겨서 그렇다고 한다.

구인두암은 입 안의 뒤쪽 1/3 부위에 있는 편도선, 혀 뒤(설기저), 연구개에 생기는 암을 말한다. 앞쪽 2/3 부위인 혀, 잇몸, 볼 점막, 혀 아래 부위에 생기는 암은 구강암이라고 한다. 이 둘을 구분 없이 구강암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구강암과 구인두암은 원인과 치료, 예후가 완전히 다르다.

HPV는 어떻게 편도암을 일으킬까? 자궁경부에서 편도로 전파되는 경로는 성적 접촉이다. 평생 성교파트너가 6명 이상이면 1명인 경우에 비해 구인두암 발병위험이 1.3배, 구강성교 파트너가 4명 이상이면 위험이 2배 정도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HPV감염이 구인두암을 일으킨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HPV에 감염됐다고 모두 암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구인두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HPV백신(자궁경부암백신) 접종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HPV백신은 성경험이 없는 9세~26세에 접종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구인두에서 HPV감염여부를 검사하고 싶어 병원에 오는 환자가 많은데 아직 표준화된 검사 법은 없다.

구인두암은 매우 드문 암인데 매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 자궁경부암은 1년에 3500명 발생했고 편도암 및 구인두암은 518명이 발생(2014년 기준)했다. 518명 중 남자 453명, 여자 65명으로 남성이 7배나 많았다. 40세 이전에는 극히 드물고 50세~70세 사이가 많았다.

HPV가 원인인 구인두암은 다른 두경부암에 비해 예후가 매우 좋은 암이다. 조기발견해 치료하면 간단한 수술만으로 완치될 수 있고 후유증도 적다.

목 통증은 구인두암과 관련 없다. HPV에 의한 편도암은 편도 깊은 부위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조기진단이 어렵고 림프절전이 후 진단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 때문에 후두내시경과 함께 초음파검사가 필수적이다. 자궁경부암이나 음경암을 진단 받은 환자의 배우자는 1년에 한번이라도 구인두암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정리 최혜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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