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재수술불가 심장병환자에게 희망 전해
고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재수술불가 심장병환자에게 희망 전해
  •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03.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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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심장수술을 받았던 82세 여성 A 씨는 수술받았던 승모판막의 기능이 약화돼 승모판막 역류증이 발생했다. 수술위험도가 높아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최근 고대안암병원에서 수술 없이 승모판막 이식술을 받고 10일 만에 귀가했다.

■퇴행성질환 승모판막역류증, 중년층 20%가 앓고 있어

승모판막 역류증은 심장 내부의 승모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피가 좌심실에서 좌심방으로 거꾸로 흐르는 질환이다. 이때 혈액공급이 방해받아 폐혈관에 울혈이 진행되고 결국 폐부종으로 이어져 심한 호흡곤란이 생긴다.

주로 나이에 따른 퇴행성변화로 발생하며 숨이 차거나 쉽게 피로해지고 심장에 잡음이 느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중년 이상의 성인에서는 약 20% 이상이 가지고 있을 만큼 흔하지만 대부분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거나 경미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중증승모판막 역류증으로 인한 심부전은 약물치료가 어렵다. 심장기능이 감소했거나 환자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심장수술을 받는다. 판막상태에 따라 판막을 교정하는 ‘판막성형술’을 실시하고 손상정도가 심하면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바꾸는 ‘판막치환술’을 진행한다.

현재까지 승모판막이식은 가슴을 여는 수술적치료가 표준이지만 고위험환자는 받을 수 없다. 수술위험도를 측정하는 STS점수(수술후 30일내 사망가능성)이 8% 이상이면 고위험군으로 수술이 어렵다. A 씨의 경우 STS가 13%로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피적승모판막이식술은 심혈관센터 유철웅 교수 주도하에 주형준 교수, 박희순 교수, 국형돈 교수 등 시술파트와 초음파파트 박성미 교수, 순환기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의료진이 함께 했다.

■경피적 승모판막이식술, 수술 없이 안전하게 치료 가능

A 씨가 받은 시술은 ‘경피적 승모판막이식술’이다. 경피적 승모판막이식술은 먼저 가느다란 도관을 우심방에 접근시키고 심방중격에 구멍을 낸다. 그다음 좌심방에 인공판막을 삽입시켜 최종적으로 기존 승모판막에 새로운 인공판막을 넣는 시술이다. 세계에서도 드물고 국내에서는 아직 도입단계인 최신치료법이다.

고대안암병원은 A 씨에게 경피적승모판막이식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시술은 심혈관센터 유철웅 교수의 주도하에 주형준 교수, 박희순 교수, 국형돈 교수 등 시술파트와 초음파파트 박성미 교수, 순환기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의료진이 함께 했다.

시술팀은 대퇴동맥을 통해 가느다란 도관을 심장으로 이동시켜 반대편에 있던 승모판에 접근했다. 초음파파트는 경식도초음파를 통해 정밀한 3차원 이미지를 구현했고 시술파트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승모판에 새로운 판막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A 씨처럼 이식받은 판막 안에 새로운 판막을 삽입하는 것을 'Valve in Valve'이라고 부른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기존에 치료했던 판막의 수명이 다하거나 기능을 상실해 다시 이식해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제는 첫 판막이식보다 환자의 나이는 많아지고 그만큼 수술위험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유철웅 교수는 "급격한 고령화시대로 돌입해 앞으로는 Valve in Valve 시술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수술은 다양한 심장질환에 비수술적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는 TMVI시술과 TAVI시술을 포함해 고위험 심장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를 적극 도입·발전시키고 있다.

■국내 최다 기록 앞둔 유철웅 교수팀…적응증 확대 및 비수술적치료 선도

유철웅 교수팀은 이번 TMVI시술 이전에도 판막질환시술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중증 대동맥판막역류증환자에게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을 성공했었다. 

특히 카바(CAVA)수술을 받고 나서도 판막역류증이 발생해 중증 대동맥판막역류증으로 재수술이 불가능하고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심부전환자에게 세계최초로 TAVI시술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대동맥판막은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서 혈류의 역류를 막는다. 대동맥판막역류증은 판막장애가 생겨 심장이 수축하고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뿜어져나간 혈액이 이완했을 때 다시 좌심실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이때 심장은 되돌아온 혈액만큼 보충하기 위해 더욱 강하게 수축하고 이때 심장과부하가 걸려 결국 심부전에 이르는 것이다. 대동맥판막역류증은 손상된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바꿔주는 수술을 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수술이 어려운 환자라면 약물로 증상을 개선하는 것 외에 달리 치료법이 없다.

원래 TAVI는 대동맥판막역류증이 아닌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고안된 치료법이다. 하지만 유철웅 교수팀은 환자가 카바수술을 받았을 때 삽입된 링을 지주로 삼아 인공판막장착에 성공시켜 비수술적 판막이식시술의 저변을 넓혔다.

고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는 TMVI시술과 TAVI시술을 포함해 고위험 심장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를 적극 도입·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2건의 TMVI시술을 앞둬 국내 판막질환시술을 이끌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유철웅 교수는 "가슴을 여는 외과적수술의 위험부담 때문에 수술받지 못하고 결국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상태에 따라 비수술적 치료방법을 고려해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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