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승무원 건강이 위험하다…하지정맥류·바이러스성질환 등으로 고통
[단독] 승무원 건강이 위험하다…하지정맥류·바이러스성질환 등으로 고통
  • 양미정 기자 (certain0314@k-health.com)
  • 승인 2018.05.0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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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특성상 아플 수밖에 없어…외모매뉴얼도 족쇄

“우리는 비행기 기물만도 못한 신세입니다“

■“건강과 인사고과,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전직 승무원 A 씨는 2016년부터 올해 1월까지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2년간 근무했지만 회사의 일방적인 ‘정규직전환불가대상자’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무릎수술을 위해 냈던 장기병가. 비행 중 다친 A 씨에게 회사는 치료를 돕지는 못할망정 계약해지통보를 내린 것이다. 

이는 비단 A 씨만의 일이 아니다. 같은 회사 승무원인 B 씨는 바이러스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야했지만 인사고과가 깎일 것이 두려워 병휴(병가대체휴가;인사상 불이익이 없지만 자신의 휴가를 사용해야함)만 내야했다. 

승무원인원부족이라는 명목아래 병휴도 못쓰게하는 회사의 현실을 토로하는 승무원들.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된 항공승무원들은 건강과 직업 둘 중에 하나만을 택해야한다.

이처럼 많은 승무원이 질환을 앓고 있어도 제대로 쉬거나 치료받지 못해 병을 키운다. 사실 확인을 위해 대한항공에 연락한 결과 ‘확인된 바 없음’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유는 자세한 자료가 없어 답변하기 어렵다는 것. 승무원의 건강관리를 책임져야하는 항공의료센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대병원은 많은 승무원이 근골격계질환은 물론 하지정맥류, 바이러스성질환, 무좀, 중이염 등으로 내원한다고 밝혔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잦은 기압차와 시차를 극복하면서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된 승무원들의 건강관리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무릎상태가 악화돼 외국체류기간 중 얼음찜질을 하고 있는 전직 승무원 A 씨의 사진. 그는 “정규직전환을 위해 아파도 버텨야했지만 돌아온 것은 ‘정규직전환불가대상자’통보였다"며 “더 이상 나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울먹였다.

2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나와 취업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 A 씨는 “비행하다가 생긴 병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며 “산재처리는 바라지도 않으니 병이라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한항공의 또 다른 이름 ‘대한여고’

대한항공은 승무원의 유니폼을 체형에 맞게 수선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사람은 체형에 따라 옷을 달리 입어야하는데도 획일화된 옷을 입어야 하니 호흡곤란, 목졸림, 멀미 등을 호소하는 승무원이 많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우리끼리는 지나친 사내규정을 둔 대한항공을 대한여고로 부른다”며 “회사는 우리를 하나의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직승무원 C 씨는 “허리에 옷을 맞추면 가슴부분이 답답해 더 큰 치수의 옷을 입었는데 치수가 맞지 않아 보기 싫다는 사무장들의 지적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승무원이 블라우스의 목둘레가 지나치게 짧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는데 회사는 외적인 부분에만 신경 쓸 뿐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목 혈관을 압박하면 탈모, 어지럼증, 혈액순환장애, 각종 뇌혈관질환, 안압상승으로 인한 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승무원 C 씨는 “비행 중 너무 목이 졸려 잠깐 풀고 있었더니 사무장이 규정위반이라며 승무원자격이 없다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그 뒤로는 아무리 답답하고 호흡곤란이 와도 목 단추를 꽁꽁 잠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항공 사무장 D 씨는 “우리는 승무원의 어피(어피어런스;대한항공에서 승무원의 외모를 지칭하는 은어)를 체크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비행마다 평가하라고 회사에서 메일이 오는데 이 역시 의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상황을 봐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승무원 건강은 뒷전…​무용지물 항공의료센터

승무원 E 씨는 “대다수 승무원이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고 병원시술을 받은 승무원도 꽤 많다”고 헬스경향에 제보했다. 심지어 대한항공은 회사가 지정한 스타킹만 신게 해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어도 압박스타킹을 신을 수 없어 병을 키웠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를 토대로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에 문의한 결과 “하지정맥류를 호소하는 승무원이 거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직원의 건강을 위해 존재하는 항공의료센터가 정작 승무원의 건강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한 답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계속 서서 근무하는 승무원에게 하지정맥류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항공의료센터가 승무원의 건강에 관심 없는 것은 아닌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지나친 규정건조한 기내서 안경 NO, 렌즈 OK

또 음식을 제공하는 승무원에게 네일규정이 왜 필요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항공 승무원 매뉴얼에 따르면 여승무원의 경우 반드시 매니큐어를 발라야하며 손톱길이까지 정해져있다. 김범준 교수는 “기본적으로 건강에 해로운 매니큐어는 손톱이 약하고 잘 부러지는 사람은 물론 정상인에게도 해롭기 때문에 회사의 탄력적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네일규정과 함께 안경착용 금지규정도 정해놓고 있다. 눈이 안 좋은 승무원은 건조한 기내에서 콘택트렌즈만을 써야 하는 상황. 전문가들은 건조한 기내에서 장시간 콘택트렌즈를 사용할 경우 안구건조증, 결막염, 출혈, 부종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대한항공을 향한 직원들의 분노가 들끓으며 해당 합성사진이 유행처럼 번지고있다.

이처럼 항공승무원은 불규칙한 생활리듬, 자주 바뀌는 시차와 기압, 강압적인 회사분위기, 예민한 손님, 외모관리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돼있다. 대한항공은 지금부터라도 승무원의 건강관리는 물론 유니폼규정 개선, 휴가관리 등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또 항공의료센터도 ‘승무원건강관리’라는 기본적 의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비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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