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에게 사랑은 눈으로 오고, 여자들에게 사랑은 귀로 온다’라는 말처럼 맑은 눈망울과 매끈한 눈매는 여성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최고의 무기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눈에 대한 여성의 관심은 화장품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가 기능성 화장품의 대명사인 ‘아이크림’이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아이크림은 눈가만을 위해 최신 과학기술과 특별성분을 융합해 만들어내기 때문에 비싸고 좋은 화장품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국내 화장품 광고에서는 나이대별로 다른 아이크림을 사용해야 한다고 권장 광고까지 하고 있다. 여기에는 혁신적인 성분의 함유를 운운하며 이미 깊게 패인 주름도 완화된다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TV 홈쇼핑 속 모델이 아이크림을 듬뿍 찍어 얼굴 전체에 바르는 장면은 마치 '이 화장품이야말로 피부 노화 방지에 최고‘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아이크림의 ‘값비싼 환상’은 결국 모두 허상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화장품 평론가 폴라 비가운(Paula Begoun)은 “아이크림의 성분 구성은 다른 기초 제품의 성분과 다를 것이 전혀 없고 특별한 제조공법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나 자료, 연구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크림의 진실을 알고 싶다면, 지금 당장 화장대 위에 놓여 있는 아이크림의 구성성분을 살펴보자. 모든 제품에는 지난 2008년부터 도입된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에 따라 제품에 사용된 모든 성분은 함량이 많은 순서로 기재돼 있다.

아이크림의 구성성분을 살펴보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성분은 단연코 정제수(수분)이다. 이어 수분 증발을 억제하기 위한 유분 성분, 그리고 정제수와 유분을 잘 섞이게 하는 기타 화학물질도 포함된다. 또 주름 완화에 기적적인 효과를 발휘한다는 ‘특정 성분’들이 아주 미미하게 포함돼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에 따라 명시된 구성성분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 분석만으로도 아이크림과 일반크림은 화장품 구성성분 면에서 봤을 때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그렇다면 광고와 화장품 회사에서 주장하는 눈가 주름 완화, 다크서클 및 부기 제거와 같은 아이크림효능의 진실은 무엇일까?

눈가 피부는 두께가 0.04mm 정도로 다른 피부보다 2~3배 정도 얇다. 또한 피지선이나 땀샘이 덜 발달돼있어 천연 보호막으로의 기능이 떨어지고 쉽게 건조해지기 때문에 외부 환경으로부터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따라서 가장 민감한 환경에 있는 눈가를 위한 아이크림에 특정물질 혹은 신물질이 포함된 제품을 사용한다는 건 다소 위험성이 따를 수밖에 없다. 화장품회사 역시 이런 이유로 특정물질을 최대한 적게 함유해 제조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이크림의 ‘본래 취지’에 주목해야 한다. 아이크림은 좋은 수분성분으로 건조함을 채워주고 유분막을 형성, 수분증발을 막아 노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기존의 일반크림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젊음을 되돌려 준다는 기적의 아이크림은 없다. 심지어 일반크림과 성분까지 비슷한 마당에 하등 비쌀 이유조차 없다. 소비자가 갖고 있는 아이크림에 대한 인식은 결국 광고와 같은 외부요건 탓에 ‘타의적으로’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들이 아이크림에 대한 진실을 마주하고 이제껏 세뇌돼온 아이크림에 대한 ‘값비싼 환상’을 과감히 버릴 때다. 자신에게 맞는 합리적인 가격의 일반크림제품을 사용하는 지혜로운 소비자로 거듭나길 바란다.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