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털 동의보감]때로 ‘마음의 손절매’가 필요하다
[멘털 동의보감]때로 ‘마음의 손절매’가 필요하다
  • 경향신문 강용혁|분당 마음자리한의원장
  • 승인 2013.06.28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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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퀴즈 하나.
 

이익의 크기가 +30과 +50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50이다. 그렇다면 -30과 -50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30이다. 비록 손실이지만 -50보다는 20만큼 이익이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어제 100에 산 주식이 오늘 80으로 떨어졌고 내일 50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20의 손실을 감수하고 지금 파는 게 30만큼 이익이다. 이른바 손절매다. 당장 작은 손실을 감수해 더 큰 손실을 막는 방법이다.


별로 어렵지 않은 내용이지만, 이를 마음의 문제에 대입하면 그리 쉽지 않다. “내가 왜 이런 마이너스 현실을 감당해야 하나”라며 선택을 미루다 엉뚱하게도 -100을 선택한다. 심한 불면증과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중년남성. 몇 달 사이 체중이 7~8㎏이 빠지고 매일같이 죽음에 대한 생각뿐이다.


건설회사 현장감독인 그는 자신의 사소한 감독 소홀로 곧 입주를 앞둔 수백 가구 아파트 욕실에 큰 하자가 생겼다. 문제는 일일이 다시 고치자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 회사 측에선 ‘달리 방도가 없고 그냥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입주민들의 거센 항의는 불 보듯 뻔하다.


책임자인 환자는 입주일이 다가올수록 이런 항의와 비난을 받을 생각에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병가나 부서이동도 요청했지만 “끝까지 책임지고 마무리하라”며 거절당했다. 과실 책임도 문제고 사표도 쉽지 않다. 같은 회사에 근무 중인 친형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환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사라지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며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 졸업하고 나름 착실하게 살아왔는데 도대체 왜 이런 불행이 닥쳤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그야말로 딜레마다. 이제 남은 건 정말 극단적인 선택뿐일까.


이는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지독한 책임회피다. 그래서 더욱 나쁜 선택이다.


대신, 마이너스 셈법을 차분히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욕실을 다시 만드는 건 이미 불가능한 선택이 됐다. 대신, 환자가 떠올린 선택인 사표, 해고, 업무상 과실에 따른 피소, 이혼, 형에게 미칠 피해, 자살 등이 과연 마이너스 몇 점인지를 구체화해야 한다.


또 환자가 죽음보다 더 큰 마이너스로 착각하는 입주민들과의 정면 돌파는 과연 몇 점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물론 두렵다. 분노한 입주민들이 한결같이 비난할 것이다. 멱살을 잡히고 폭언과 폭행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분히 손실을 계산하면 위에 열거한 그 어떤 선택보다도 가장 손실이 적다.


몇 개월 욕 먹는 정도로 사태가 해결된다면 최소의 손실로 마무리되는 것에 오히려 감사할 수도 있다.


환자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딜레마에 빠진 원인도, 빠져나올 방법도 모두 회사나 입주민 등 주변에서만 찾았기 때문이다.


결국 궁지에 몰려 엉터리 셈법을 한 것이다. -20이 싫다고 -30과 -50, 심지어 -100 중에서 저울질한 셈이다. -20이 -50과 -100보다는 훨씬 낫다고 여기면 감사할 일이고 두려움 대신 견딜 힘이 생긴다.


어떤 문제든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모든 게 ‘과거의 나’로부터 비롯된 문제이며, 주변이 아닌 ‘현재의 나’에게 닥친 문제이며, ‘미래의 나’의 선택에 달렸다는 인식전환이 중요하다. 그런데, 환자는 억울하다며 회피하며 주변이 달라지기만 기다린 것이다.


‘마음의 손절매’를 미루는 사이 고통만 늘고 자살충동이라는 더 큰 손실과 혼동한 것이다.


맹자는 “잘 기르고 잘 못 기르는 방법을 어찌 다른 데서 찾겠는가. 모두 자기에게서 취할 뿐이다. 사람에겐 귀한 것과 천한 것, 작은 것과 큰 것이 있으니, 작은 것을 가지고 큰 것을 해치지 말며, 천한 것 때문에 귀한 것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삶의 크고 작은 딜레마에서 더 이상 방법이 없어 보일 땐, 자신의 마이너스 셈법부터 차분하게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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