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뇌전증환자, 구체적인 ‘정상화 시기’ 밝혀졌다”
“소아청소년 뇌전증환자, 구체적인 ‘정상화 시기’ 밝혀졌다”
  •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09.0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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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장기간 추적관찰결과, 평균 11.9세 비정상뇌파 사라져
양성 롤랜딕 뇌전증은 대부분 소아시기에 발병해 청소년이 되면서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심하면 약물을 사용하지만 뇌성장이 활발한 아이들에게 언제까지 약물을 복용시켜야하는지 오랜 고민이 있었다.

간질이라 불렸던 뇌전증은 뚜렷한 유발원인 없이 반복적인 발작증세를 보이는 일종의 경련성 뇌질환으로 인구 1000명당 약 7명이 앓는 것으로 알려진 만성신경계질환이다.

뇌전증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발병 연령, 발작 종류, 뇌파·뇌 영상 소견 및 경과 등이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치료법이 필요하다.

이중 소아청소년기에 가장 흔하게 발병하는 ‘양성 롤랜딕 뇌전증’은 중심 측두부극파를 보이는 소아기 양성뇌전증으로 특징적인 뇌파가 관찰되며 주로 수면 중에 발생한다.

양성 롤랜딕 뇌전증은 대부분 소아시기에 발병해 청소년이 되면서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따라서 경련증상을 차단하기 위해 별도로 항경련제를 투여하지 않고 경과를 지켜보기도 하지만 발작이 자주 발생하거나, 길게 지속되거나, 발작이 낮 동안 발생하면 항경련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뇌성장이 활발한 소아청소년기에 언제까지 약물을 복용해야하는지에 대해 오랜 고민이 있었다. 뇌파이상으로 인한 발작이 한동안 나타나지 않아도 뇌파가 정상화되는 구체적인 시기가 언제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재발을 걱정해 기존의 약물치료를 중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연구진이 양성 롤랜딕 뇌전증 환자의 뇌파 정상화시기를 상세히 밝혀 주목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신경분과 황희·김헌민·최선아 교수연구팀이 134명 환자를 10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환자에게서 비정상적인 뇌파가 사라지는 연령이 평균 11.9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신경분과 황희·김헌민·최선아 교수연구팀은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뇌전증센터의 데니스 들루고스 박사팀과 공동으로 연구해 134명의 양성 롤랜딕 뇌전증 환자를 뇌전증 발병부터 완화까지 최장 10년간 추적·관찰했다.

뇌파 분석결과, 양성 롤랜딕 뇌전증환자의 비정상적인 뇌파가 사라지는 연령은 평균 11.9세며 전체 대상자 모두 만 17세 이전에는 뇌파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발병 후 뇌파가 정상화되기까지는 평균 3.76년이 걸렸으며 짧게는 1년, 가장 길게는 10년까지 관찰됐다.

또 연구팀은 항경련제 약물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에서 비정상뇌파가 지속되는 시간이 약물치료를 받은 그룹에 비해 짧은 것을 확인했다. 이는 약물치료가 반드시 뇌파를 정상화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특히 뇌파에 이상이 있다고해도 1~2년 이상의 충분한 기간 동안 발작증세가 없으면 환자에게 투여하는 약물을 줄이고 점진적인 중단이 안전하다는 것도 재확인했다. 약물투여를 중단할 당시 환자뇌파에 이상이 있더라도 치료중단 후 재발하지 않고 증세가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김헌민 교수는 “양성 롤랜딕 뇌전증은 소아가 일정 연령이 될 때 사라져 예후가 매우 좋은 질환이다”며 “그럼에도 치료를 오래하는 경우가 많아 연구를 통해 환자 및 보호자에게 뇌전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필요한 정보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는 뇌파의 정상화 시기 및 연령 등 뇌전증 치료 결정에 도움이 되는 요인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뇌전증치료를 위한 약물 사용기간을 최소화해 성장기에 있는 소아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소아신경분야 국제 학술지인 ‘Brain&Development’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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