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몸살에 걸리거나 몸이 피곤할 때 뜨거운 국물이 절로 당긴다. 콩나물국밥, 설렁탕, 곰탕, 해장국 등 보글보글 끓는 한 뚝배기하고 나면 몸에 열이 확 올라온다.
뱃속부터 시작해 몸 전체가 풀리는 기분이다. 실제로 체온은 면역력과 관련이 깊다. 일본의 한 면역학자는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이 약 30% 정도가 떨어진다”고 밝혔다.
우리 몸에서 체온을 조절하는 것은 자율신경이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이뤄져 있다. 이 둘은 시소처럼 반대편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호흡, 순환, 체온, 소화, 분비 등 기본적인 생명활동을 관장한다.
교감신경은 주로 신체가 어떤 긴급사태에 처했을 때 반응한다. 심장박동수를 증가시키고 혈압과 혈당을 높인다. 부교감신경은 반대다. 평상시 에너지를 절약해 신체에 저장하는 작용을 한다. 이 둘의 균형이 맞아야 혈액순환과 체온이 적절히 유지된다.
만약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교감신경의 우위가 지속되면 저체온이 된다. 즉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부교감신경이 우위이면 면역세포인 림프구가 증가한다. 자율신경이 면역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체온과 자율신경, 면역시스템은 상호유기적인 관계다. 정상적인 체온은 자율신경과 면역시스템도 정상화시킨다. 반대도 성립한다.
한의학에서도 이런 원리를 이용한 치료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복부쑥뜸치료’이다. 복부에 있는 중완, 신궐, 관원 3곳의 혈자리에 뜸을 뜨는 방법이다. 피부 위에 직접 뜨는 것이 아니고 기구를 이용해 천천히 장시간(약 40분) 적당한 온열자극을 준다.
이렇게 하면 몸의 체온을 높임으로 소화기능을 촉진시키고 소화기계통의 면역반응을 활성화시킨다. 복부신경을 직접 자극해 자율신경기능을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또 모세혈관을 자극해 뭉쳐진 적혈구를 풀어주고 모세혈관에 영양을 공급해 전신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로 인해 소변, 대변, 땀 등을 통한 독소배출을 원활하게 해준다.
이렇듯 복부쑥뜸의 효능은 흐트러진 몸의 균형을 바로잡고 자가치유력을 길러 병을 스스로 낫게 하는데 그 핵심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건강하려면 배꼽에 뜸을 뜨라’는 말이 있다. 필자도 10년 이상 환자를 보면서 깨달은 게 있다. 뜸을 20일 뜨면 몸의 변화를 느끼고 40일 뜨면 몸이 좋아지고 60일 뜨면 건강해지고 100일 뜨면 몸이 한번 바뀌고 300일 뜨면 완전히 새로운 몸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암 못지않게 면역력과 관련이 깊은 질환이 류마티스관절염, 섬유근육통, 쇼그렌증후군, 베체트병 등 자가면역질환이다. 우리 몸을 방어하기 위해 존재하는 면역세포가 거꾸로 우리 몸을 공격하는 질환이다. 현대의학으로도 치료하기 어려운 희귀난치 질환으로 많은 환자가 고통받고 있다. 원인이 어쨌든 결국 자가면역질환도 면역시스템의 균형이 깨진 상태다.
이런 관점에서 한의임상에서는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에게 복부쑥뜸 치료를 적극 활용해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 고생하는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면역력 한 뜸배기 하실래예~”
위너한의원 이신규대표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