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는 지난해 11월 고혈압 진단기준을 기존 140/90mmHg 이상에서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또 고혈압환자의 치료 목표도 130/80mmHg 이하로 조절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 기준은 전문가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너무 많은 사람이 고혈압환자로 분류되고 기존 목표혈압인 140/90mmHg 이하도 달성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혈압기준이 강화되면 사회적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 주요논란대상이다.
이를 고려해 대한고혈압학회는 5월 18일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이전과 마찬가지로 140/9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고혈압진단기준을 국내 환자에게 적용한 분석결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팀은 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30세 이상의 성인 1만5784명을 분석해 미국 가이드라인을 적용했을 때 예상결과를 확인했다.
연구결과, 고혈압 진단기준을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하면 우리나라 사람의 고혈압 유병률은 기존 30.4%에서 49.2%로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목표혈압으로 조절되는 고혈압환자의 비율도 감소했는데 기존 목표혈압 140/90mmHg 이하로 적용했을 때는 조절율이 59.5%였지만 130/80mmHg에서는 16.1%로 나타나 크게 감소된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고혈압이 중증이거나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진행돼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비율은 29.4%에서 35.3%로 소폭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고혈압 유병률은 약 19% 증가하지만 그중 6% 정도 환자만이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나머지 13%는 ‘고혈압으로 분류되지만 약물치료가 아닌, 건강한 생활습관이 권고되는 사람’에 해당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고혈압환자들을 11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130/80mmHg 이하로 혈압조절을 철저하게 한 환자들은 140/90mmHg 이하를 목표로 조절한 환자그룹보다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21%나 감소했다.
연구에 참여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이지현 교수는 “고혈압환자들이 자신의 목표혈압을 보다 철저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할 경우 고혈압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발생률도 낮출 수 있다는 객관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시혁 교수는 “미국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고혈압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고 식습관 및 운동을 통한 예방과 비약물적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혈압은 심뇌혈관질환, 신장질환, 치매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는 위험인자인 만큼 혈압에 관심을 갖고 최적 수치인 120/80mmHg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