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신간] 엄마, 조금만 천천히 늙어줄래?
[헬스신간] 엄마, 조금만 천천히 늙어줄래?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8.12.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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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시간이 다가올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케스터 슐렌츠 지음/위즈덤하우스/252쪽/1만 3000원
케스터 슐렌츠 지음/위즈덤하우스/252쪽/1만 3000원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적 꿈은 빨리 ‘어른’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아이’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그 막막함과 스트레스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었으니까.

가끔 감당할 수 없는 고된 날에는 빵집에 들러 무의식적으로 부모님이 좋아하는 빵에 손을 뻗는다.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그러면서 유년기 부모님이 퇴근길에 사 온 과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긴다. 유난히 힘들어 고독한 마음을 이렇게 달래셨구나.

그런 든든하고 힘든 감정을 숨기시던 부모님은 어느새 나이를 먹어 노쇠(老衰)해갔다. 단단했던 어깨는 축 처졌고 눈가에는 검은 버섯이 피어올랐다.

아픈 ‘어른아이’로 변해가는 엄마를 감당하는 몫은 자식의 업(業)이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별은 언제나 급작스럽게 다가온다.

작가 케스터 슐렌츠(Kester Schlenz)는 80세 이후 급격히 늙어가는 부모와의 에피소드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했다. 그 안에는 아버지의 죽음과 요양원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어머니 그리고 자식들 간의 갈등이 담겨있다. 

한창 젊은 나이를 ‘청춘(靑春)’이라고 한다. 청춘(靑春)의 사전적 의미는 푸르른 봄을 뜻한다. 봄은 4계절 중 처음에 있는 계절인 동시에 씨를 뿌리는 시기다. 봄이 지나 무더운 여름과 추수의 계절인 가을이 지나면 황폐한 겨울이 찾아온다.

모든 것을 다 퍼준 부모의 모습이야말로 겨울이 아닐까. 춥고 쓸쓸한 바람이 그들의 마음을 어리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젊었을 적 자신의 품 안에 있던 아이들이 어느새 큰 나무가 됐으니 이제 당신도 그 나무 밑에서 안식을 취하고 싶어 ‘아이’가 되는 것은 아닐지. 담담하게 써내려간 문체 덕분에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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