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치료 위한 해마 절제, 기억력에 영향 줄까?
간질치료 위한 해마 절제, 기억력에 영향 줄까?
  • 양미정 기자 (certain0314@k-health.com)
  • 승인 2019.01.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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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팀 “해마 일부 절제돼도 기억기능 유지할 수 있어”

뇌전증(간질) 치료를 위해 뇌 일부를 절제해도 기억기능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신경학적 기전이 밝혀졌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 서울의대 정우림 연구원은 뇌전증치료를 위해 해마일부분을 절제한 뒤 기억장애가 나타나지 않은 환자를 분석해 이를 규명했다고 오늘 발표했다.

발표 내에 따르면 뇌수술로 해마의 일부가 절제돼도 남은 반대쪽 해마의 활성도가 기억기능유지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절제 후 남은 해마의 뒷부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뇌수술로 해마의 일부가 절제돼도 남은 반대쪽 해마의 활성도가 기억기능유지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억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해마부위의 경화는 성인뇌전증의 다수를 차지하는 ‘측두엽뇌전증’의 흔한 원인 중 하나다. 만일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측두엽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하며 수술 후 80%이상의 환자는 호전되거나 완치된다.

하지만 수술의 경우 측두엽 안쪽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돼 인지·학습기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수술여부와 그 범위를 선택하는데 있어 이를 고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구팀은 뇌전증치료를 위해 내측 측두엽 일부를 절제한 환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수술 후 평균 6년 넘게 기억기능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대상자가 단어와 그림을 외우는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이들의 해마 활성화 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수술로 절제한 부위의 반대쪽 해마활성화 정도가 강할수록 수술 후 기억기능이 좋았으며 이는 수술 전보다 기억기능이 좋아진 대상자의 경우도 동일했다. 또 왼쪽 뇌를 수술한 환자는 언어기억에서, 오른쪽의 경우에는 시각기억에서 이와 일치하는 경향을 보였다.

건강한 사람과 비교한 결과에서 수술환자의 내측전전두엽과 수술한 반대쪽 해마부위의 연결성이 강할수록 기억기능이 좋아졌다. 건강한 사람의 뇌에는 이 같은 연결적 특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의대 정우림 연구원은 “해마의 일부분이 없더라도 뇌의 다른 부위가 이를 보완해 기존 역할을 수행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향후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기억장애 문제 해결에 있어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를 주도한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는 “향후 뇌전증치료에서 수술여부와 범위를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기억장애를 최소화 하는 다른 뇌수술 치료법을 고민하는데 도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관련연구는 국제학술지 신경외과학(Journal of Neurosurgery)과 뇌영상 학술지 휴먼브레인매핑(Human Brain Mapping)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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