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신간] ‘3·1정신과 여성교육100년;성신여대 전신 태화여학교’
[헬스신간] ‘3·1정신과 여성교육100년;성신여대 전신 태화여학교’
  • 양미정 기자 (certain0314@k-health.com)
  • 승인 2019.02.15 1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론인 출신 김태은 작가, 3·1운동 발원지 태동 ‘성신여대’ 100년사 다뤄
고증에 충실한 집필…“역사적 사실에 입각, 의미와 재미 모두 잡았다”
김태은 작가는 도서를 통해 성신이 3·1의 적자임을 주장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다뤘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온 나라가 들썩이는 가운데, 성신여대가 3·1정신의 적통임을 밝힌 책이 발간됐다. 올 초 독립출간된 이 책은 내일 오후 성신여대 돈암수정캠퍼스 성신관110호에서 한시적으로 판매될 예정.

‘3·1정신과 여성교육100년;성신여대 전신 태화여학교’는 국내 유수 여대로 자리잡은 성신여대의 모체 성신여학교가 1936년 故 이숙종에게 인수되기 전 국내최초 사회복지기관인 태화여자관에서 태화여학교로 운영됐던 사실을 발굴한 서적이다. 성신학원은 1936년 설립됐다고 공식 소개하고 있지만 3·1독립선언식이 이뤄졌던 태화관에서 1921년 태동한 태화여학교가 모태임을 재발견한 것이다. 

3·1운동이 발생한 지점에서 여성을 위한 교육·복지 기관이 생겨난 자체는 엄청난 상징성과 장소성을 띠고 있다. 김태은 작가는 도서에서 성신의 역사에서 누락된 태화여학교 시대를 복원하며 여성의 사회인식 각성을 불러온 3·1운동의 직접적 계기로 성신이 생겨날 수 있었음을 밝힌다. 

특히 여학생이 역사의 전면에 나서게 됐던 3·1운동이 어떻게 여성의 향학열을 지폈는지 추적한다. 김태은 작가는 출판물을 통해 왜 성신이 3·1의 적자임을 주장하는지에 대한 근거를 조목조목 든다. 

■한국교육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유한 성신

작가는 성신의 전신 태화여학교가 지닌 한국 여성교육사의 독특한 지점을 꼼꼼히 짚어내 의미를 부여했다. 

① 한국여성의 자발적 요청으로 탄생한 태화여학교  

태화여학교는 배움에 목마른 여성들이 몰려들며 기숙사까지 마련된 교육기관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개 학교들이 선구적 창립자 뜻에 따라 설립돼 선교사와 인연을 맺는 등 전대 서구교육의 혜택을 받은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개척의지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그야말로 자생적 여권운동과 맥을 같이한다’고 표현했다.

② 3·1운동의 양대 주체인 기독교와 천도교의 영향을 모두 받아

출판물은 미국 선교사에 의해 시작된 태화를 천도교의 도움으로 개교한 성신이 인계하면서
독특한 위치를 점유했다고 밝힌다. 3·1운동의 양대 주체인 기독교와 천도교의 영향을 모두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민족적이면서 한편으로는 태생적으로 유연하고 자유로운 학풍을 가능케 했다고.

③ 국내 최초 사회복지기관·모자보건사업 시발점

성신여대는 2006년 사회복지학를 개설하고 2007년 국립의료원간호대학을 인수하며 간호학과를 탄생시켰다. 현재 태화복지재단이 된 태화여자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복지기관이며 태화여자관이 국내 최초로 펼친 모자보건사업은 지역사회 간호학에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성신은 여성 직업의 역사에서도 매개역할을 해낸 것이다. 

■언론인 출신 작가의 고증에 충실한 집필

기자 출신 작가는 일일이 관련기록과 연구논문을 꼼꼼히 살피며 집필, 인터넷에 무차별 떠도는 잘못된 정보를 촘촘히 확인해 지적하고 있어 올바른 정보 선택의 교범을 보여준다. 또 1차 사료라 할 수 있는 그 시대 발간된 신문기사들을 발췌해 당대의 시대상과 여성이 살아가는 풍경을 들여다볼 수 있어 재미도 더한다.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가출한 가정부인 사례, 미군정기의 ‘미투운동’ 일화 등에서 현 여성운동의 원형을 찾을 수 있다. 읽는 이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풍부한 자료조사와 더불어 이야깃거리들을 넉넉하게 담았다. 부록으로 관련 주요장소 주소록까지 첨부해 역사적 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한다. 

■태화·성신 거친 인물 세세히 다뤄

도서는 ▲서울여학생만세운동에 적극 참여한 정태이 등 태화여교생들의 조서 ▲브나로드운동 등을 통해 배운 것을 베푼 태화여교생들의 여러 사례 ▲태화여학교에 헌신하고 이 땅에 묻힌 미국인 여선교사 ▲친족상속법과 가정법 개정에 앞장선 여권운동가이기도 한 설립자 이숙종 박사 ▲국내 최초 여성인권선언서 ‘여권통문’ 발굴하고 연구한 박용옥 전 성신여대 교수 ▲성신여대가 승계한 국립의료원 간호대학에 선진의료를 전수한 스칸디나비아인 간호사 ▲그 외 여권신장에 일조한 다양한 여성의 삶을 다뤘다. 

또 ▲‘3·1혁명’의 학술적 주창자인 고 이현희 성신여대 명예교수 ▲태화사회관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한 강윤 ▲3·1운동 3대원칙을 만든 천도교 인사 권동진 ▲한국전쟁 시 성신을 지키다 납북된 ‘한국의 베토벤’ 정순철 등 태화와 성신에 재직하거나 출강, 혹은 설립에 관여한 여러 유명인사들에 대한 기록을 세세히 정리해 그 시대를 관통해온 인물들에 대한 역사적 상식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문화평론가로도 활동한 작가가 당대 예술문화인, 정치인 등 유명인에 대한 지역적, 인맥적 관련성을 확장해 살핀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여성사 재정립과 역사재발굴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모교 성신의 역사를 재부각시키는 일을 한 개인의 힘으로 해냈다는 것이 놀랍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장소성’ 개념을 적극 도입해 태화가 생긴 곳이 한양중심석이 있었던 ‘북촌의 갑제’이며 외척이던 능성구씨, 안동김씨, 흥선대원군의 사위이자 이완용의 서형인 이윤용, 이완용의 손으로 넘어간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이완용의 집에서 독립선언서 선포를 하게 된 후 어떻게 태화여학교가 탄생했는지를 아는 것만으로 3·1운동 100주년을 뜻깊게 보내게 될 것.

■여대 존립 이유, 여성운동 뿌리 담은 도구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21세기 여대의 존립 이유, 진취적이고 자발적인 한국여성의 향학열과 주체의식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 불붙고 있는 여성들의 독립적 목소리가 어디서부터 터져 나오게 됐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도구가 돼준다. 개화기에서부터 천도교, 동학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 주도적 계몽을 하려 했고 1898년 ‘여권통문’을 통해 발화된 여성인식이 3·1만세운동을 통해 어떻게 터져 나왔는지도 알 수 있다. 

성신이라는 한 여학교를 중심으로 관련성을 펼쳐나가며 한국 여성운동의 뿌리와 초기모습을 아울러 담은 것도 이 책의 특장점이다. 

한편 성신여대 국문과 92학번인 저자는 재학 중 성신문학상, 수정문학상을 수상한 뒤 연세대 대학원에서 수학하다가 도미, 언론계에 뛰어들어 스포츠서울USA, 귀국 후 헤럴드경제, 머니투데이, 뉴시스에서 일했다. 이후 머니투데이에서 국내 최초 인터넷이슈팀장을 맡아 온라인 사건 영역을 본격 취재 분야로 끌어들였으며 뉴스통신사 뉴시스의 문화전문기자로도 활동했다. 그는 ‘김에리’라는 필명으로 문화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JTBC ‘시청자 의회’ 등 방송에 출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