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유전자로 질병 예측할 수 있을까?
[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유전자로 질병 예측할 수 있을까?
  • 김경철 가정의학과전문의ㅣ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9.03.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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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가정의학과전문의

누구나 예측 가능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한가지 예시로 내일의 날씨를 미리 알기 원한다. 기상정보가 슈퍼컴퓨터에 저장·분석돼 내일의 날씨뿐 아니라 장기적인 기후 예측도 가능하다.

질병도 예측할 수 있을까? 주변에서 갑작스러운 심장질환이나 암에 걸려 후회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현대의학은 다양한 질환의 위험요인을 경고해왔다. 비만,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흡연해도 모두가 폐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고 누구는 생활습관이 나쁘지 않은데 암에 걸리기도 한다. 즉 교통사고를 제외하고 모든 질병은 타고난 소인, 즉 유전자의 영향을 조금씩이라도 받는다. 경우에 따라 어떤 질병은 유전자변이가 결정적으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2013년 뉴욕타임스를 통해 알려진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절제소식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유방암에 걸리지도 않은 정상유방을 절제한 것은 BRCA라는 유전자변이 때문이다. 유전자변이가 있는 경우는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70~80%나 된다. 혹자는 단순히 유전자변이만 있다고 미리 유방을 절제하는 것은 지나친 행위라 생각할 수 있지만 안젤리나 졸리는 엄마와 이모가 유방암, 난소암으로 사망한 경험이 있기에 미리 위험을 없앤 것이다. 이후 BRCA 검사는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들에게 보편적인 검사가 되었으며 예방적 유방절제술도 급증했다.

또 다른 예로 치매유전자로 알려진 APOE 유전자의 특정변이의 경우 역시 치매확률을 30~70% 정도로 예측하게 해준다. 치매가 걸릴 확률을 미리 안 다는 것은 운동과 음식으로 예방적 활동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미국에서는 APOE 치매 유전자와 BRCA 유방암 유전자는 의사 처방 없이 소비자가 직접 검사할 수 있게 됐다. 비가 올 확률을 미리 알려줌으로 우산을 준비하는 것처럼 강한 유전적 소인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위 예시는 일부 유전적소인이 강한 유전성질환이나 강력한 유전자에 한하다. 대부분 만성질환은 수십~수백개의 영향을 받으며 유전적 인은 여전히 제한적으로 해석해야한다. 생활습관이나 임상증상 등을 참고해 조심스럽게 질병을 예측해야한다. 따라서 질병예측을 직접소비자 검사 (DTC)로 허용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며 여전히 의사판단으로 조심스럽게 사용돼야한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기반으로 딥러닝, AI 방법을 사용하여 유전체를 통한 질병예측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는 유전자정보와 생활습관정보 등이 결합해 개인마다 질병을 예측하고 개인맞춤건강관리가 보편화될 것이다. 질병이 개인마다 다르게 예측되고 예방하는 시대, 그것이 건강 100세를 다가오게 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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