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의 터무니없는 장기밀매, 정말일까?
영화에서의 터무니없는 장기밀매, 정말일까?
  • 박종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3.08.1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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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장기밀매가 이야기전개 상 필요한 경우가 더러 있다. 한국영화든 외국영화든 범죄영화나 드라마에서 장기밀매와 관련된 장면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 가만히 보면 영화라고는 하지만 설정이 너무 과도한 경우가 많다.

일전에 본 영국의 범죄드라마에서는 컨테이너박스에 장기를 실어나르는 장면이 나오면서 인간의 몸에서 뺄 수 있는 장기가 12만달러가 된다느니 하고 있다. 팔 수 있는 장기란 장기는 다 떼고 사람은 버린다거나 납치돼 마취를 당하고 눈을 떠 보니 배에 수술자국이 있고 필요한 장기를 감쪽같이 떼 갔다는 식이다.

이런 영화들을 보면 장기를 마치 주머니 속 지갑을 훔쳐 가듯 그렇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어떤 장기든 장기를 적출한다는 것은 엄청난 시설과 고도의 숙련된 수술기술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박종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허름한 창고에서 어깨너머로 본 의학지식으로 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뼈나 인대처럼 사후에 적출하고 잘만 보관하면 수년간 사용이 가능한 장기도 있기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장기이식이라고 할 때의 장기들은 반드시 공여자가 살아있어야 하고 이식받을 환자가 수술준비가 된 상태에서 정교하게 적출해야만 한다.

장기를 떼는 기술은 장기를 이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게다가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장기를 떼는 사람 역시 장기를 이식하는 사람 못지않게 고도의 술기가 요구되며 혼자만의 능력이 아닌 경험 있는 마취과의사와 간호사들, 그밖에 많은 수의 의료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허름한 창고에서 혼자 장기를 떼고 얼음냉장고에 보관해 놓는다? 언제 쓸지도 모르면서?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설정이다. 영화니까 보기는 하지만 굳이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지적을 하는 이유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장기밀매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설 같은 루머가 있고 부질없는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담이 서늘한 공포영화가 보고 싶은 계절이다. 어차피 영화란 가상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실제에서 과도하게 왜곡될 수 있는 내용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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