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후 덜컥 말문이…‘실어증’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뇌졸중 후 덜컥 말문이…‘실어증’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5.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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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졸중은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여러 가지 후유증을 남겨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뇌에 혈류 공급이 중단되면 우리가 움직이고 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세포들이 빠른 시간 안에 손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적극적으로 재활치료를 받으면 얼마든지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재활치료가 뇌가소성을 극대화시켜서다. 뇌가소성은 뇌신경의 구조와 뇌세포의 활동성 및 기능이 변하면서 죽은 부분의 기능을 대체하려고 하는 능력이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김영범 진료부원장은 “재활치료로 활력을 불어넣으면 뇌졸중으로 손상된 뇌 조직 대신 남은 뇌세포들이 더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게 된다”며 뇌졸중 후 재활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뇌졸중 후 발생하는 후유증들은 적기에 집중적으로 재활치료를 시행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특히 실어증은 뇌졸중 발생 후 초기 3개월간이 골든타임으로 이때를 놓치지 않으면 상대방과 대화할 정도로까지 회복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뇌졸중 후 발생하는 후유증들은 적기에 집중적으로 재활치료를 시행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특히 실어증은 뇌졸중 발생 후 초기 3개월간이 골든타임으로 이때를 놓치지 않으면 상대방과 대화할 정도로까지 회복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어눌한 말투…혹시 치매 아닐까?

언어장애는 뇌졸중 후 발생하는 대표적인 후유증 중 하나다. 특히 언어를 담당하는 좌측 뇌의 뇌세포가 손상되면 ‘실어증’이 나타날 수 있다. 실어증은 언어를 이해·표현·조절할 수 있는 뇌의 능력을 부분적으로 또는 전부 상실한 것으로 크게 ‘베르니케 실어증’과 ‘브로카 실어증’으로 나눌 수 있다.

베르니케 영역은 좌측 측두엽에 있으며 언어의 이미를 이해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만일 이 부분이 손상되면 말은 유창하게 하지만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단어를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 또 남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반면 브로카 영역은 좌측 전두엽에 있으며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말을 하거나 쓰는 데 문제가 생긴다. 즉 베르니케 실어증과 달리 남의 말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말수가 적어진다.

간혹 고령층의 경우 뇌졸중 후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을 보이면 가족들은 치매가 아닌지 덜컥 걱정한다. 하지만 실어증은 뇌졸중 후 발생하는 혈관성치매나 우울증, 알츠하이머병과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강동경희대병원 뇌신경센터장 유승돈 재활의학과 교수는 “실어증은 기억력에는 문제가 없으나 말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상태”라며 “영화로 치면 영상은 돌아가지만 자막이나 음성파일은 깨져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실어증 치료, 언제 어떻게 해야할까?

국립실어증협회에 따르면 뇌졸중환자의 25~40%가 실어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완치는 어려워도 실어증 역시 재활치료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까지 회복될 수 있다. 보통 뇌가소성이 활발히 나타난 후 3~6개월에 가장 많이 회복된다고 알려졌는데 언어장애는 6개월 이후에도 회복이 일어나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실어증 치료는 어떻게 이뤄질까? 최근에는 자기장을 반복적으로 자극하는 경두개자기자극이나 직류전기자극이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유승돈 교수는 “경두개자기자극은 전자기코일로 발생시킨 자기장을 이용해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비수술적 뇌자극법으로 자기장의 자극빈도를 조절해 대뇌피질의 활성도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분히 대화 가능할 정도로 치료되려면 뇌졸중 후 초기 3개월간 집중적으로 재활치료를 실시해야한다”며 “특히 치료횟수와 치료시간에 따라 효과여부가 결정되므로 환자도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재활치료에 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뇌인지 재활의학과 영상기법이 발전하면서 언어재활치료, 약물치료, 뇌자극치료를 통합적으로 실시하기도 한다. 또 실어증이 심한 환자는 손상되지 않은 우측 뇌의 음악정보 처리기능을 이용하는 멜로디 억양치료를 실시해 발성, 대화기술, 읽기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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