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관절약 먹으니 식욕까지 좋아졌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관절약 먹으니 식욕까지 좋아졌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6.0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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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오셨네요?”

안필자(가명) 님은 퇴행성관절염으로 오래 고생하셨습니다. 사정상 인공관절수술을 계속 미루셨는데 다행히 지난겨울 성공적으로 수술 받으셨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많이 회복되신 듯해 한결 안심이었지요.

그런데 안필자 님이 약국에 오셔서 또 다른 고민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에휴, 내가 무릎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

“왜요? 수술 잘 되셨잖아요?”

“수술은 잘 됐다고 했는데 붓고 염증이 생겼어.”

“그래요? 에고, 고생하셨네요. 지금은 좀 나아지셨어요?”

“약을 거의 한 달도 넘게 먹었지. 이제 조금 나아지고 있어.”

“그나저나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참, 약사님. 입맛 좀 덜 나게 하는 약 있어? 내가 요즘 입맛이 너무 좋아. 먹을 것을 참을 수가 없어.”

“그러고 보니 살이 좀 많이 찌신 것 같아요.”

“어유……. 너무 많이 늘었어. 감당이 안 된다니까. 어거 어떻게 해야 돼?”

“일단 지금 복용하는 약이 뭔지 아세요?”

“염증 완화해주는 약이라는 데......”

안필자 님은 가방에서 구겨진 투명 약 포지를 제게 조심스레 펴 보였습니다. 약 포지 안에는 ‘소론도정’과 ‘무코스타정’이 들어있었습니다.

“염증 때문에 스테로이드제 처방받으셨네요. 이거 드시면 입맛이 당겨요. 오래 드시면 얼굴이 동그랗게 변하기도 하고요.”

“맞아! 내 얼굴이 달덩이가 됐다니까?”

“그렇다고 스테로이드제를 맘대로 끊으시면 안 돼요. 의사에게 말씀하시고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아요.”

‘스테로이드’란 4개의 링 구조를 핵으로 가진 유기 화합물을 말합니다. 인체에 작용하는 스테로이드는 30여종이나 있지요. 보통 우리가 ‘스테로이드제’라고 부르는 것은 부신피질 호르몬효과를 내는 약입니다. 스테로이드제는 신체대사에 작용하는 ‘코르티코이드’와 ‘성호르몬’을 동시에 의미합니다.

방송에서는 이 두 가지 뜻이 섞여 나오기도 합니다. 한약이나 화장품에 불법으로 섞여 판매돼 문제가 된 스테로이드제는 바로 코르티코이드로 작용하는 것이고 운동선수나 보디빌더 등이 불법으로 복용해 문제가 된 스테로이드제는 성호르몬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릴 제제는 코르티코이드 효능을 보이는 스테로이드입니다.

코르티코이드는 당질 코르티코이드와 염류 코르티코이드로 구분됩니다.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3대 영양소 대사와 면역, 스트레스 적응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염류 코르티코이드는 나트륨, 칼륨, 칼슘 등 염류를 조절하고 수분대사에 관여합니다.

스테로이드제는 두 가지 코르티코이드 효능을 다 갖고 있어요. 1949년 관절염환자에게 처음으로 사용됐는데 효과는 뛰어났지만 강한 부작용 때문에 명약이라는 찬사와 공포의 약이라는 오명을 동시에 받았지요.

코르티코이드는 크게 3가지 효능이 있습니다. 첫째 대사성 효과로 혈중 포도당을 증가시킵니다. 둘째 면역반응과 염증반응을 억제합니다. 셋째 나트륨 흡수를 증가시키고 칼륨 배설을 촉진합니다.

길을 가다 사자를 만났다면 어떨까요? 빠른 판단과 행동을 위해 에너지(당분)가 많이 필요해질 것입니다. 혈당을 늘리기 위해 근육(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하고 식욕을 촉진시켜 음식을 섭취하게 만들죠. 구석구석 흩어져 있는 지방을 사용하기 쉬운 곳으로 이동시키기도 합니다. 반면 소변, 대변, 염증, 면역반응 등 당장 불필요한 생리현상은 최대한 억제합니다.

코르티코이드는 급격한 스트레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특히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바로 두 번째 효과입니다. 염증 초기에 발생하는 부기와 열감, 통증을 완화시키고 염증 후기에 만성 염증상태나 흉터가 생기는 것을 막아줍니다.

또 면역억제효과로 아토피, 천식 등 급만성 알레르기증상을 개선하죠. 때문에 습진 등 피부 염증증상뿐 아니라 호흡기 감염증, 만성 기관지염, 관절염, 아토피, 천식 등 아주 광범위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효과가 좋은 만큼 남용될 가능성도, 부작용 우려도 큽니다.

얼마 전 SBS 좋은 아침에 출연한 가수 이은하 씨는 크게 달라진 외모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쿠싱증후군에 걸린 것이었는데 허리 부상으로 3년간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이처럼 가장 눈에 띄는 스테로이드제 부작용은 바로 ‘신체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코르티코이드는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분비됩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신속한 에너지원이 필요하므로 혈당을 높이는 것이죠. 간에서 당을 많이 만들게 하면서 아미노산을 사용하고 단백질 합성을 막습니다.

때문에 근육이 줄고 임파 조직이 퇴축되며 골다공증, 피부 위축 등이 생깁니다. 지방대사에 이상이 생기고 지방조직을 재편해 팔다리는 얇아지는데 얼굴이나 복부에는 살이 찌지요. 이것이 바로 약국에 방문한 환자와 이은하 씨가 호소한 쿠싱증후군입니다. 이밖에도 스테로이드제 부작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안과 : 백내장, 녹내장, 안구 감염 증가 등
위장관계 : 구역, 구토, 소화성 궤양 등
대사 이상 : 고지혈증, 고혈당증 등
심혈관계 : 고혈압, 부종 등
산부인과 : 무월경 등
혈액학적 : 면역 억제, 감염 질환 증가 등
신경계 : 감정 변화, 초조감, 다행감, 불면, 두통, 우울증, 경련 등
피부 : 자반, 모세혈관확장, 위축, 가성 반흔, 안면 홍조 등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HPA axis) 억제

스테로이드제는 고농도로 수일, 저농도로 3~4주 정도만 복용해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스테로이드제로 원하는 효과를 보았다면 빠른 시일 내에 중단할 것을 권장합니다.

하지만 호르몬계에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기억해 두세요. 스테로이드제를 일정기간 사용했다면 바로 중단해선 안 됩니다. 반동현상으로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고 금단증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단증상은 관절통, 근육통, 피로감, 두통, 감정변화, 위장 증상, 발열 등 다양합니다. 2주만 복용해도 나타날 수 있다고 하니 스테로이드를 중단할 때는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용량을 줄이거나 또는 격일로 복용해야합니다.

윤여정 씨는 한 방송에서 ‘스테로이드 복용 후 쿠싱증후군으로 얼굴이 부었다. 약을 끊었는데 금단현상으로 방송을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며 스테로이드 임의 중단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스테로이드제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차근차근 줄여야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세요. 만일 스테로이드제를 계속 복용해야 한다면 식습관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스테로이드제는 비타민D를 고갈시키고 뼈에서 칼슘이 많이 빠지게 만들기 때문에 고용량의 비타민D를 추가로 보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병원 진료를 통해 몸 상태를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겠죠.

스테로이드제는 부신-뇌하수체 억제를 줄이기 위해 되도록 아침에 복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위장장애를 막기 위해 식후 즉시 복용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스테로이드제는 모유로 소량 분비되며 모유 및 혈중농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급격히 떨어집니다. 스테로이드제 복용 후 4시간 정도 지났다면 모유 수유도 가능합니다.

인터넷에는 불법 의약품 판매 사이트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발기부전치료제, 스테로이드제 등은 흔히 거래되는 품목입니다. 이런 곳에서 구입하는 약은 허가되지 않은 불법 의약품이 많고 호르몬과 관계된 약을 임의 복용·중단했을 때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전문의약품은 의사 진료와 처방에 따라 약국에서 구입한 후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본문에 제시된 환자와의 대화는 이해를 돕기 위해 극적 재구성 된 것입니다.

※ 참고문헌

Lauralee Sherwood, 《인체 생리학 제9판》, 강명숙 외 21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2016

《Medical Pharmacology at a Glance 6th》, M.J.Neal, Wiley-Blackwell, 2009

《스테로이드 사용지침》,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마취통증의학교실, 대한통증학회지 2004; 17(suppl): 45~53

《부신피질호르몬-스테로이드역사(1)》, 김주영(동수원 병원), 대한내분비학회, 2014

《스테로이드 처방의 허와 실》, 김지민, 박성환, 대한내과학회지: 제77권 제3호 2009

《Corticosteroids-Mechanisms of Action in Health and Disease》, Sivapriya Ramamoorthy and John A. Cidlowski, Rheum Dis Clin North Am. 2016 Feb; 42(1): 15–31.

《스테로이드 요법》, 서홍관, 가정의학회지 제 19권 제 10호 1998

《Association of glucocorticoid use and low 25-hydroxyvitamin D levels: results from the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NHANES): 2001-2006》, Skversky AL, Kumar J, Abramowitz MK, Kaskel FJ, Melamed ML. J Clin Endocrinol Metab. 2011 Dec;96(12):3838-45

《The Steroid Withdrawal Syndrome: A Review of the Implications, Etiology, and Treatments》 Leon Margolin, Doris K, Rachel Bakst-Sisser, Joshua Greenspan. JPSM February 2007Volume 33, Issue 2, Pages 224–228

“스테로이드, 단기간 사용도 위험” <매일경제> 2017년 4월 14일 기사

“이은하가 투병하고 있는 희소병 ‘쿠싱증후군’ (청춘컴백청진기)” SBS 2018년 2월 5일 방송

“[인터뷰③]윤여정 "알러지약 때문에 스테로이드 부작용, '윤식당2' 못할 뻔"” <스포츠 조선> 2018년 1월 9일 기사

“식약청, `항생제 및 스테로이드제 사용에 관한 지침' 제정” <매일경제> 1999년 7월 2일 기사

“한약에 스테로이드 성분 넣어 판매한 한의사 적발” <메디게이트> 2019년 4월 2일 기사

“스테로이드 넣은 화장품 적발…"피부염 등 부작용 우려"” <뉴스인> 2010년 12월 3일 기사

※ 참고 사이트

대한다발성경화증학회 http://www.koreams.org/index.php
대한피부과학회 http://www.derma.or.kr/guest/index.php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https://www.health.kr/
https://www.medicinenet.com/steroid_withdrawal/article.htm#steroid_withdrawal_fa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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