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㉔옷깃만 스쳐도 ‘악’…치료시기 놓치기 쉬운 섬유근육통
[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㉔옷깃만 스쳐도 ‘악’…치료시기 놓치기 쉬운 섬유근육통
  •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6.13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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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섬유근육통은 검사상 아무런 이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겉보기에는 정상인과 다를 바가 없어 환자 스스로도 발병 초기에 ‘이러다가 낫겠지’라고 생각해 병원 방문이 늦어지고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한국인 섬유근육통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조사 중 섬유근육통 때문에 의료진을 찾기까지 평균 16.5개월이 걸린다는 결과가 있다. 대상자 중 65%는 막연히 아픈 증상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고 51%는 스스로 관리하면 나아질 것이라 여겨 병원을 찾지 않은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통증에 대해 얼마나 쉽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건강한 사람들은 그냥 참을 만하니까 병원에 가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이 병에 대해 들여다보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통증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40대 중반의 비슷한 학력을 가진 섬유근육통 집단과 일반인 집단의 비교 분석결과가 있다. 신체통증부위 개수는 ‘14 : 1.7’, 통증의 강도는  ‘7.7 : 1.4’의 차이를 보여 통증의 부위와 강도가 섬유근육통 집단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섬유근육통환자들이 온몸이 다 너무너무 아프다고 표현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조사에서는 통증 외에도 수면장애 ‘8.6:2.1’, 기억력장애 ‘8.0:2.6’, 집중력 장애 ‘7.6:2.5’ 등 다양한 신경정신적 증상 또한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섬유근육통환자들에게 통증과 함께 신경정신적인 여러 증상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신경전달과정상의 문제라는 가설이 널리 인정받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에게는 일반적인 접촉으로 느껴지는 자극도 섬유근육통 환자들에게는 통증의 신호로 바뀌어 뇌에서 강한 통증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섬유근육통환자들은 전신에 골고루 분포된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사진=위너한의원).
섬유근육통환자들은 전신에 골고루 분포된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사진=위너한의원).

실제로 섬유근육통을 진단하기 위해 의사가 전신의 압통점을 눌러보고 확인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6kg/㎡ 이상의 압력으로 눌렀을 때 통증을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을 4kg/㎡의 적은 압력으로 눌렀을 때 통증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약간의 압력감으로 느낄 정도이지만 섬유근육통환자들은 통증으로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섬유근육통환자들은 가끔 옷깃만 스쳐도 아프다 호소한다. 몸에 최대한 무언가를 닿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섬유근육통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하기 위해 전 세계 수많은 전문가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의 길은 요원하다. 다만 여러 연구결과들에서 섬유근육통 치료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섬유근육통 유병률의 국가별 통계를 보면 이스라엘은 조사 대상자중 10%가 섬유근육통을 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1~3%의 유병률을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정치·종교적인 분쟁이 많고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스라엘의 특수한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른 여러 연구들에서도 지속적인 강한 스트레스가 섬유근육통의 발병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자원이 없는 좁은 국토 안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자연스레 치열한 경쟁이 생활화돼 있다. 필자는 한국의 아픈 역사속에서 만들어진 한국인의 성격과 한국 사회의 특성상 점점 더 많은 섬유근육통환자들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렇다고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이 문제라고 탓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이상적인 사회에서도 살아간다 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순 없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의 적절한 해소다. 같은 스트레스라고 해도 지속시간이 짧아지면 신경학적인 손상을 줄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스를 그날 그날 해소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도 스트레스가 적은 건강하고 안정된 사회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진다면 섬유근육통의 발병률은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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