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큰 소리에 놀라면 옆 사람 무는 고양이, 속내는 이것!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큰 소리에 놀라면 옆 사람 무는 고양이, 속내는 이것!
  • 박자실 부산동물병원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 내과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6.2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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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실 부산동물병원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 내과원장
박자실 부산동물병원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 내과원장

“우리 고양이가 큰 소리에 놀랄 때마다 어머니를 물어서 걱정이에요. 어머니가 선풍기 선에 발이 걸려 넘어졌을 땐 어머니 종아리를 물었고요. 오빠가 반찬통을 떨어뜨렸을 땐 발등을 물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최근 1년 내에 여러 번 있었어요. 오랫동안 키워 온 고양이라 끝까지 함께 하고 싶지만 다른 집에 보내야 할지 아니면 제가 고양이를 데리고 독립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다 같이 화목하게 살면 좋을 텐데 무슨 좋은 방법 없을까요?”

얼마 전 필자가 한 보호자에게 들은 얘기다. 이 고양이의 문제 행동은 공포심에서 비롯한 공격성에 기인한다. 덩치가 작은 고양이는 무언가 떨어지고 넘어지면서 나는 소리나 바람, 진동에도 공포심을 크게 느낀다. 그런데 공격성이 위의 경우처럼 공포심을 유발한 대상(선풍기, 반찬통)이 아닌 근처의 다른 대상(어머니)에 향할 때가 있다. 이를 ‘방향 전환 공격성’이라 한다.

방향 전환 공격성의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고양이가 진찰을 받고자 보호자 품에 안겨 수의사를 찾았는데 진료 도구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애꿎은 보호자를 물거나 할퀼 때가 있다. 고양이 두 마리가 예방접종을 받는데 먼저 주사를 맞은 고양이가 대기하고 있는 고양이에게 발톱을 보이며 물어뜯을 때도 있다. 역시 공포심을 유발한 대상(진료 도구, 수의사) 대신 가까운 다른 대상(보호자, 대기 중인 고양이)에게 공격성을 나타낸 경우다.

다시 상기에 언급한 보호자의 고민으로 넘어가 보자. 필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우선 터널이나 숨집 등 몸을 숨길만한 공간을 만들어 두는 것이다. 고양이가 공포심을 느끼면 공격성을 드러내기 전에 숨을 공간에 들어가 안정을 찾으려 할 것이다. 이러한 공간을 고양이와 어머니가 공유하는 장소 곳곳에 마련한다.

다음으로 소리로 생기는 자극에 익숙해지게 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직접 고양이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고양이와 놀아주거나 잘 먹는 간식을 고양이에게 주면서 무언가를 떨어뜨리는 소리를 낸다. 이때 소리의 세기는 처음엔 작았다가 점점 크게 한다. 고양이가 흥미 있는 자극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면서 결국엔 소리나 진동이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익히게 만든다.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오로지 고양이를 위한 공간을 준비해야 한다. 물그릇이나 밥그릇, 잠자리, 캣타워, 안전하게 숨을 공간 등이 마련돼 있으면서 떨어지거나 넘어질 만한 물건이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고양이가 1~2개월, 필요하면 그 이상 이런 환경에서 지내면서 소리와 어머니의 연관성을 끊도록 한다.

그래도 효과가 없다면? 고양이가 어머니를 무는 순간 어머니가 얼른 고양이를 피해 안전한 공간으로 이동한 후 고양이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고양이가 큰 소리와 어머니를 연관시키는 것도 줄일 수 있다. 부디 필자의 처방이 잘 통해 다시 고양이와 어머니가 행복하게 생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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