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치매 예방한다는 뇌 영양제? 오히려 잠만 안 왔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치매 예방한다는 뇌 영양제? 오히려 잠만 안 왔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0.0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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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김미자(가명) 님, 약 나왔어요. 오늘 수면제를 처방 받으셨네요?”

김미자 님은 문화센터에서 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70대 여성입니다. 항상 쾌활하고 원기 왕성하신 분인데 수면제 처방이라니 좀 걱정이 됐습니다.

“에휴, 말도 마. 내가 요즘 잠이 안 와서 말이야.”

“왜요? 무슨 걱정거리 있으셨어요?”

“잠이 안 오는 게 걱정거리지. 내가 저놈의 여편네 말을 안 들었어야 했는데.”

김미자 님은 생각만 해도 화가 나시는지 말하면서도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지셨습니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왜 나랑 항상 같이 오는 할망구 있잖아. 그 여편네가 치매 안 오게 하는 영양제를 병원에서 처방받아 먹을 수 있다고 하지 뭐야. 그래서 내가 혈압약 받으러 간 김에 의사를 조르고 반 협박해서 처방받아 먹었지. 그랬더니 그거 먹는 날로부터 잠이 안 오는 거야.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고. 처음에는 약 때문이라고 생각 못 했는데 약을 먹다 보니 갑자기 생각이 났어. 그래서 약 끊고 의사한테 말했더니 얼마나 뭐라고 하던지……”

“혹시 어머님 드신 약이 누렇고 둥그스런 약이에요?”

“어떻게 아셨어? 그렇게 생긴 약이야!”

김미자 님은 정말 놀라셨는지 눈이 동그래지셨어요.

“그게 ‘콜린알포세레이트’라는 성분의 약이에요. 뇌 영양제는 아니고요. 인지능력을 개선해 주는 효과가 있어서 사용하는데, 주로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에 사용하는 약이지요.”

“그러게, 의사 선생님도 머리 좋아지는 약 아니니 먹지 말라고 호통치시더라고…..”

2015년 보험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성인이 가장 큰 불안요소로 꼽은 것은 건강문제였습니다(48.3%). 노후 자금도 충분치 않고 자식들에게 도움받을 수 있는 형편도 아니라면 몸이라도 튼튼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65세 이상 노인들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질환은 무엇일까요? 2016년 건강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이 252만 여명 진료를 본 것으로 나와 1등을 차지했고 치은염 및 치주질환이 223만 여명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관절질환 중 무릎관절증은 143만명이나 진료를 봐 3위를 차지했네요. 그런데 노인들이 걱정하는 건강문제는 이런 결과와 좀 달랐습니다.

2017년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노인들은 관절염, 뇌졸중, 암, 치매, 당뇨 순으로 건강문제를 걱정한다고 합니다. 그중 뇌와 관련된 질환이 뇌졸중, 치매 두 가지나 있어요. 실제 앓고 있는 질환과 걱정되는 질환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지요.

특히 주변 어르신들을 보면 치매는 극히 꺼리는 질환 중 하나입니다. 몸은 멀쩡한데 정신이 나가면 큰일이라는 것이죠. 사실 치매 유병률은 높은 편입니다. 2017년 중앙치매센터 발표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에 걸린다고 합니다. 주변에 많이 보이기도 하고 한 번 걸리면 자신만 아픈 것이 아니라 가족들까지 고통받기 때문에 더욱 더 걱정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세태에 맞춰 일명 ‘뇌 영양제’라는 처방약 정보가 어르신들 사이에 퍼지고 있습니다. 이 약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지고 치매가 예방된다는 것인데요. 아무런 부작용이 없어 계속 먹어도 되고 건강보험 되는 처방을 받으면 가격도 저렴하니 이 약을 안 먹고 있으면 바보라는 말도 듣는답니다.

이렇게 극찬을 받고 있는 ‘뇌 영양제’는 바로 ‘콜린알포세레이트’입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의사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입니다. 상품명은 글리아티린인데 이는 원래 이탈리아 제약회사 ‘이탈파마코’가 개발한 것으로 2000년 국내 처음 허가된 이후 줄곧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왔습니다. 지금은 제네릭 의약품이 알약 형태 53종, 연질 캡슐 형태 76종에 이르며 전체 시장규모가 2000억원에 이른다고 하니 실로 엄청납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뇌로 흡수돼 콜린과 글리세롤포스페이트로 분해됩니다. 콜린은 뇌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합성하는 데 사용되며 글리세롤포스페이트는 신경 세포막의 구성성분인 인지질로 대사됩니다. 즉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복용하면 신경전달물질이 보충되면서 신경세포 손상을 회복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죠.

콜린에 대한 여러 연구도 뇌 신경세포 손상에 대한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알츠하이머(치매) 환자의 기억력 개선효과 등은 분명 어느 정도 입증이 돼 있습니다. 이렇게 뇌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허가사항도 뇌 기질적 문제가 있을 때 사용한다고 돼 있습니다.

사용설명서에 나와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효능 효과

-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 기억력저하와 착란, 의욕 및 자발성저하로 인한 방향감각장애, 의욕 및 자발성 저하, 집중력 감소

- 감정 및 행동 변화: 정서불안, 자극과민성, 주위무관심

- 노인성 가성 우울증

문제는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이런 기질적 문제를 가진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환자들은 치매 예방약, 기억력 감퇴를 막는 약으로 생각하고 의사에게 처방을 요구한다고 하네요. ‘치매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면 당연히 치매를 막는 효과도 있는 것 아닐까’라는 사고의 확장이겠죠.

하지만 정상인의 뇌에 작용해서 인지기능을 개선시킨다는 효과는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저도 글을 쓰면서 자료를 열심히 찾아봤습니다만 알츠하이머 인지기능 개선에 관한 자료는 있는데 정상적인 뇌에 사용된 자료나 알츠하이머 예방에 관한 것은 찾질 못했습니다.

오히려 의약품 정보 전문사이트인 ‘web MD-콜린 편’에는 “노화로 인한 기억력 상실에는 효과가 없다”고 말하고 있고 미 국립보건원(HIN)에도 “2015년 체계적인 검토에 따르면 콜린 보충제가 건강한 성인의 인지 기능에 대한 명확한 개선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나와 있어요.

콜린알포세레이트가 8년 동안 청구된 금액은 무려 1조1773억원이라고 합니다. 항암제를 제외하고 건강보험공단 재정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약이라고 하네요.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캐시-카우가 되겠지만 효능이 입증된 치매환자의 증상완화 목적이 아닌 정상인에게 치매 예방약으로 사용된 것이라면 되레 건강보험 재정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동근 건약 정책팀장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치매 예방은커녕 뇌기능 개선효능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 건보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약에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건 문제가 있다”며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심지어 이 제품 판매사가 ‘인지능력 개선효과’ 등의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단속까지 한다. 지난 2월 일제 조사를 벌여 해당 내용으로 광고한 회사들에 제재조치를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야 치매 예방약을 싸게 복용하면 좋겠지만 이렇게 새어나가는 금액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실제로 다른 질환을 치료하는 데 보장이 안 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약재비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건강보험공단 재정 목초지의 비극’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를 건강기능성식품으로 전환하고 보험 급여 기준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원래 체내에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85%가 이산화탄소로 배출되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해도 큰 부작용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뇌 신경세포에서의 콜린은 흥분 자극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기 때문에 과잉 복용하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요. 신경이 예민해진다거나 적개심, 불면이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입니다. 지나친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어 운전 등에도 주의해야합니다. 김미자 님 역시 콜린알포세레이트 복용 후 불면증이 생긴 것입니다. 부작용이 없다는 말만 들었기 때문에 약 때문에 잠이 오지 않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던 것이죠.

뿐만 아니라 도파민 작용으로 인해 메스꺼움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 위장장애가 아니기 때문에 음식 섭취 등과 관계없어요. 약을 줄이거나 중단해야합니다. 또 과량 복용하면 설사와 복통이 나타날 수 있고 과잉행동, 땀이 많이 난다는 것도 기억해둬야합니다.

아세틸콜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며 뇌 신경세포 손상이 없다고 해도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처방약으로 복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콜린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뇌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의약품으로 복용할 때는 한 번에 복용하는 양이 많기 때문에 부작용 부분도 생각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콜린이 가장 많이 들어 있다는 닭가슴살 약 800g에 72mg 콜린이 함유된 것을 생각해보면 콜린알포세레이트 400mg이 얼마나 고함량 콜린제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대한노인신경의학회는 12월 7일 이 문제에 대한 학술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겠지요.

기억이 지워지는 치매는 아주 무서운 병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임상적으로 명확한 치매 예방약이 나와 있진 않아요. 콜린알포세레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보다 정확한 예방법은 생활수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서 치매예방수칙 3.3.3을 배포하고 있는데요. 어쩌면 약을 드시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게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세상에 부작용 없는 약은 없으니까요.

TIP. 치매예방수칙 3.3.3(출처=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

[3권(勸, 즐길 것)]

운동: 일주일에 3번 이상 걸으세요
식사: 생선과 채소를 골고루 챙겨 드세요
독서: 부지런히 읽고 쓰세요

[3금(禁, 참을 것)]

절주: 술은 한 번에 3잔보다 적게 마시세요
금연: 담배는 피우지 마세요
뇌 손상 예방: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3행(行, 챙길 것)]

건강검진: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3가지를 정기적으로 체크하세요
소통: 가족과 친구에게 자주 연락하고 만나세요
치매조기 발견: 매년 보건소에서 치매 조기검진을 받으세요.

※ 참고

본문에 제시된 환자와의 대화는 이해를 돕기 위해 극적 재구성 된 것입니다.

※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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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G.Salway, 《한눈에 알 수 있는 의학생화학》, 백영환, 범문에듀케이션,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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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글리아티린-글리아타민, 새 국면 맞나?” 의협신문 2019. 01. 31 기사

“[알쓸상식] '노인성 대표질환 관리법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공식블로그 hi neca 2019. 03. 28 포스팅

“[보험기획]은퇴후 먹고살길 막막…준비도 미흡” 헤럴드 경제 2015. 02.26 기사

“10대는 생리통, 임산부는 교통사고 걱정…여성의 건강 인식 보니” 중앙일보 2017. 10.25 기사

“Choline alfoscerate의 개발의 역사와 치매, 인지장애 및 뇌혈관질환에의 처방 근거” 디멘시아 뉴스 2017.07.18 기사

“[신동아]뇌기능개선제 치매 예방?…효과 있다 vs 건강기능식품” 신동아 2019. 09.30 기사

“글리아티린, 전문약 지위 박탈하고 급여에서 삭제해야” 청년의사 2019. 04. 29

※ 참고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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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lm.nih.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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