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
  • 박종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3.09.03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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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런 식의 말들은 이외에도 더러 있다. 예를 들면 ‘의사는 수혈 받지 않는다’도 그렇다. 의사들은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일까? 환자들에게는 수술을 권유하면서?

약간의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말인데 이런 말을 ‘의사들이 안 해도 되는 수술을 환자들에게는 권한다’는 식으로 비춰지는 것은 옳지 않다. 아마도 의사들은 병과 치료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수술로 인한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그래서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서가 아닐까?

무엇보다 수술과정을 잘 알다보니 솔직히 겁이 나는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환자들에게는 수술에 대해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하는데 비수술적 치료보다는 수술적 치료가 훨씬 더 객관적으로 예후를 가늠할 수 있어 아무래도 수술적 치료를 비중 있게 설명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박종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안 해도 되는 수술을 권하는 경우가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대다수 의사들이 불필요한 수술을 권하기에는 이미 의료정보가 일방적으로 제공되지 않는 사회다. 즉 누구나 권유된 수술이 옳은 권고인지 아닌지를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병원에도 가보고 또 아는 의사에게 물어볼 수도 있기 때문에 안 해도 되는 수술을 무리하게 권유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그보다는 수술이 본인에게 해당될 때 의사 역시 엄청난 스트레스도 받고 일반인보다 더 무서워하는 것이 수술을 기피하는 원인이 아닐까 싶다.

분만을 TV 드라마로만 본 일반인과 실제 분만을 수도 없이 지켜본 여의사가 출산 시에 느끼는 공포는 너무도 다를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분만과정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하지만 경험은 해보지 않은 여의사 입장에서 볼 때 분만은 무척 공포스러울 것이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 경우 여의사는 아무래도 마취하고 아기를 낳는 제왕절개를 선호하지 않을까?

뭐든지 잘 모를 때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의사도 환자 입장이 되면 수술 받고 싶지 않은 심정은 마찬가지고 이런 상황에서 일반인보다는 수술 후 예상되는 결과를 더 잘 알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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