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말인데 이런 말을 ‘의사들이 안 해도 되는 수술을 환자들에게는 권한다’는 식으로 비춰지는 것은 옳지 않다. 아마도 의사들은 병과 치료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수술로 인한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그래서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서가 아닐까?
무엇보다 수술과정을 잘 알다보니 솔직히 겁이 나는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환자들에게는 수술에 대해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하는데 비수술적 치료보다는 수술적 치료가 훨씬 더 객관적으로 예후를 가늠할 수 있어 아무래도 수술적 치료를 비중 있게 설명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안 해도 되는 수술을 권하는 경우가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대다수 의사들이 불필요한 수술을 권하기에는 이미 의료정보가 일방적으로 제공되지 않는 사회다. 즉 누구나 권유된 수술이 옳은 권고인지 아닌지를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병원에도 가보고 또 아는 의사에게 물어볼 수도 있기 때문에 안 해도 되는 수술을 무리하게 권유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그보다는 수술이 본인에게 해당될 때 의사 역시 엄청난 스트레스도 받고 일반인보다 더 무서워하는 것이 수술을 기피하는 원인이 아닐까 싶다.
분만을 TV 드라마로만 본 일반인과 실제 분만을 수도 없이 지켜본 여의사가 출산 시에 느끼는 공포는 너무도 다를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분만과정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하지만 경험은 해보지 않은 여의사 입장에서 볼 때 분만은 무척 공포스러울 것이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 경우 여의사는 아무래도 마취하고 아기를 낳는 제왕절개를 선호하지 않을까?
뭐든지 잘 모를 때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의사도 환자 입장이 되면 수술 받고 싶지 않은 심정은 마찬가지고 이런 상황에서 일반인보다는 수술 후 예상되는 결과를 더 잘 알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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