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와 다른 다제내성결핵 진료지침, 그 이유는?
WHO와 다른 다제내성결핵 진료지침, 그 이유는?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2.0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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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OECD회원국 중 결핵발병률 및 사망률 1위, 다제내성결핵 3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병 중 하나가 결핵이다. 결핵은 그 역사만큼 나이팅게일, 헨리 8세, 조지오웰 등 여러 인물이 이 질병으로 사망했다.

결핵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세균감염병으로 기침, 재채기, 대화 중 공기를 통해 결핵균이 전파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결핵은 전 세계 10대 사망원인 중 하나로 단일 감염인자로는 HIV, AIDS보다 더 큰 사망원인이기 때문에 조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결핵환자는 매우 암울한 상황에 부닥쳐있다. WHO ‘2018 국제 결핵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 모두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다제내성결핵은 이소니아지드, 리팜핀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는 발병하는 질환으로 최대 20개월의 치료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환자가 견녀내기 힘든 질환이다(사진설명=클립아트코리아).
다제내성결핵은 이소니아지드, 리팜핀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는 발병하는 질환으로 최대 20개월의 치료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환자가 견녀내기 힘든 질환이다(사진설명=클립아트코리아).

■ 치료성공률 낮은 다제내성결핵

인류를 오랫동안 괴롭혀 왔던 결핵은 의료진들에게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질병 중 하나다. 그 때문인가. 1950년대 이후 이소니아지드(isoniazid), 리팜핀(rifampin) 등의 강력한 항결핵 약제가 개발되면서 치료성적이 많이 향상됐다.

하지만 이소니아지드, 리팜핀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는 다제내성결핵이 발견돼 치료기간이 기존의 6개월에서 최소 18개월로 늘어나 치료가 어려워지게 됐다.

다제내성결핵은 크게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발병원인을 구분할 수 있다. 일차성은 처음부터 내성인 결핵균에 감염돼 발병하는 경우를 말하는 반면 이차성은 원래 약제감수성 결핵으로 감염됐으나 약을 임의로 끊던가, 간헐적으로 약물을 복용해 내성이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다제내성결핵은 치료성공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이차성 발병을 막기 위해서는 결핵 발병 시 약을 성실히 복용해야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다제내성결핵 발생률이 OECD 회원국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다제내성결핵은 기침, 가래, 호흡곤란, 발열, 객혈, 야간 발한 등 결핵과 큰 차이가 없고 진단방법 역시 결핵과 유사하다. 하지만 다제내성결핵은 환자의 객담이나 기타 검체에서 동정된 결핵균의 약제감수성 검사결과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 모두 내성인 경우 진단된다.

다제내성결핵은 약제감수성 결과를 바탕으로 1차 치료제와 2차 치료제를 포함해 최소 4가지 이상의 약제를 결합해 투여한다. 약물치료에 잘 반응할 경우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의 약물복용으로 완치 가능하다. 하지만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 증상이 심해지면서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약물에 대한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어 환자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치료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이형 교수는 “다제내성결핵은 길면 20개월 정도 긴 시간의 치료기간이 필요한데 특히 노인의 경우 다제내성결핵이 발병하면 치료가 매우 어렵다”며 “18개월 이상 주사제를 포함한 5가지 이상의 항생제치료와 더불어 경우에 따라 폐절제술 같은 외과적 치료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국내와 다른 WHO 가이드라인

WHO에서는 결핵퇴치를 위해 2018년 2월 다제내성결핵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하며 회원국들이 신속하게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WHO는 다제내성결핵 치료 성공률 향상과 부작용, 사망률 감소를 위해 최신 다제내성결핵 치료데이터를 분석,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한 약제 순서대로 치료제 등급을 개편했다.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2016년 분류를 더욱 간소화해 A군(우선 선택 약물), B군(A군 약제 사용이 어려울 때), C군 (A,B군 약제 사용이 어려울 때)로 구분돼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베다퀼린, 리네졸리드 등의 신약 권고 수준이 상향됐고 부작용 문제가 제기됐던 주사제는 권고 수준이 대폭 낮아졌다는 점이다.

또 약제처방 원칙으로 A군 약제 3종과 B군 약제 1종을 병용한 치료제 4종이 효과적이며 A군 약제 사용에 제한이 있다면 B군 약제 2종, A·B군 약제가 부족할 때는 C군 약제를 추가해야한다고 적시했다.

질병관리본부 결핵·에이즈관리과 관계자는 “WHO 진료지침 개정 이후, 새로운 항결핵제 건강보험 급여기준, 지역사회 결핵퇴치를 위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현재 민관공공협력을 통해 국내역학과 상황에 맞춰 약제 가이드라인과 급여정책 부분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으로 빠르면 올해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국내 역시 지난해 WHO가 다제내성결핵 진단, 치료방법을 변경한 것에 맞춰 결핵 전문가와 학계를 중심으로 국내 현실에 맞춰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결핵 진료지침 개정 공청회’를 개최했다.

국내 다제내성결핵환자는 18년 전체 신환자 2만6433명 중 618명으로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나 치료성공률이 19년 66.6%로 선진국의 70~80%에 비해 여전히 낮아 질병부담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치료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토의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최근 임상근거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우선순위에서 배제됐던 베다퀼린과 리네졸리드등의 신약 사용이 빨라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WHO와 동일하게 A·B그룹을 동일하게 권고하고 그룹 C를 C1·C2로 구분해 델라마니드를 C2군으로 구분해 분류, 베다퀼린을 대체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 소아·청소년의 경우 베다퀼린과 델라마니드의 사용에는 조건이 붙었다. 베다퀼린은 6세이상, 델라마니드는 3세 이상 소아에게 사용할 것. 이는 아직 효과와 안전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대한결핵협회 중앙교육원 김희진 원장은 “현재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다양한 정부기관들과 협력을 통해 국내 지침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논란이 되는 델라마니드의 경우 WHO에서는 C군으로 분류돼 있지만 사실 국내에서는 예전부터 사용을 해온 결과 환자순응도가 높고 여러 논문을 통해 큰 부작용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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