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 표출하지 않도록 스스로 조절 필요
아이 심리상태 더 세심하게 신경 쓸 시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권고되면서 개학이 늦어진 아이들을 직접 돌보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꼬박 세 끼를 그것도 건강하게 챙겨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보니 오히려 직장 다닐 때보다 더 분주하다고.
하지만 아이 먹거리만큼이나 점검해야 할 것이 바로 자신의 심리상태다. 아직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표현하는 데 서툰 아이들은 부모의 심리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종일 휴대폰으로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검색하면서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등 집에 있을 때마저도 공포감을 조성하면 자세한 상황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은 더 불안해진다.
가천대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어른들은 뉴스를 찾아보거나 아는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면서 높아졌던 불안감을 어느 정도 낮출 순 있지만 아이들은 그런 과정이 생략된 채 부모를 통해서만 상황을 접하기 때문에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며 “보기에는 잘 노는 것 같아도 사실은 무섭고 불안한 마음을 속으로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어릴 때는 질병이나 오염에 대한 공포가 큰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러한 공포가 강해졌을 때는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자극받을 수 있다.
때문에 아이들도 ‘우리 가족들이 다치면 어떡하지?’ ‘바깥세상에 큰일이 난 거 아닌가’라는 걱정과 공포심에 휩싸이는데 문제는 아직 이러한 감정을 겉으로 표출하거나 스스로 다스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심리상태가 심해지면 특히 기질적으로 불안감을 잘 느끼는 아이들은 불안장애나 면역력저하로 이어져 평소보다 짜증이 늘거나 놀이패턴이 변하는 등 신체적인 증상을 동반할 수도 있다. 어른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머리가 아프다’ ‘목이 간질간질하다’고 호소하는 것처럼 말이다.
배승민 교수는 “실제로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는 ‘심리 방역’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만큼 심리상태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질병 발병에도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심리 방역이 무너지지 않게 어른들이 세심히 살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모들은 핸드폰으로 아이 몰래 뉴스를 검색하면서 불안한 표정을 짓지 말고 질병관리본부 등 공식기관에서 제공하는 뉴스 외에 과도한 뉴스 시청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차라리 아이들과 손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감염병 예방수칙에 관해 편안하게 얘기하면서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배승민 교수는 “신체활동이 줄어든 만큼 집안일에 아이들을 참여시키고 환기를 자주 시켜서 아이들이 현재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어른들이 노력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인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 대한소아청소년의학회 재난과 트라우마위원회에서도 ▲코로나19에 대해 정확히 알고 ▲가짜뉴스를 걸러보며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응원하는 마음 갖기 등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