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경고하는 항생제 오남용… 한국은 제자리걸음
세계가 경고하는 항생제 오남용… 한국은 제자리걸음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3.2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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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보건복지부
자료: 보건복지부

국내 항생제 오남용이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항생제처방률은 26.5DDD다. 매일 국민 1000명 중 26.5명이 항생제를 처방받는다는 뜻이다. OECD 평균 항생제처방률이 18.3DDD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1940년대에 영국의 알렌산더 플레밍이 개발한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거나 세균성장을 억제하는 약으로 병원성세균 감염 시 주로 사용한다. 알렌산더 플레밍은 “항생제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내성균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의 경고대로 다제내성균, 즉 슈퍼박테리아가 발생했다. 지난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에 감염된 환자에게 26개의 항생제를 사용했지만 어떤 약도 듣지 않는 사태가 일어난 것. 심지어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보고서에 따르면 슈퍼박테리아로 한해 3만5000명이 사망하고 있다.

■‘내성’은 세균의 생존전략

영국정부는 2015년 항생제내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연간 10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항생제내성은 세균이 항생제에 저항해 생존 또는 증식할 수 있는 능력으로 세균의 생존전략이다. 따라서 항생제내성이 생기면 질환치료가 어려워진다.

메티실린내성 황색포도알균(이하 MRSA)이 대표적인 내성균이다. MRSA는 1996~2006년까지 국내 병원에서 검출된 황색포도상구균 중 60~80%를 차지할 만큼 심각하다. MRSA감염환자는 균혈증으로 악화되기 전에 급성신손상 유발위험이 높다. 균혈증을 잡기 위해선 최후의 항생제라 불리는 ‘반코마이신’을 사용해야하는데 반코마이신은 신독성위험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항생제처방비율을 올해까지 OECD평균수준인 1000명당 25.4명으로 줄이고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의 항생제처방률도 2015년 기준 44%에서 올해에는 절반인 22%로 낮출 계획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의원(민생당) “항생제내성균 감염으로 2017년 사회적 손실이 5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불필요한 항생제사용을 줄이고 이미 발생한 내성균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 감시·관리·개발체계를 굳건히 해 올해까지 OECD 평균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영유아 항생제처방 ‘심각’

세균은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과 정상집락균으로 구분된다. 무분별한 항생제사용은 정상세균을 제거하고 스스로 변이해 내성세균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세균감염질환이 아닌 경우 항생제사용을 가급적 피해야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영유아 항생제처방률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영유아는 만2세까지 1인당 연평균 3.41건의 항생제를 처방받는다.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2~7배 높은 수치다.

특히 급성중이염 영유아환자에 대한 항생제처방률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매년 ‘유소아 급성중이염 항생제 적정성평가결과’를 발표하는데 2019년 자료에 따르면 급성중이염으로 인한 영유아 항생제처방률은 약 82%였다. 급성중이염을 방치하면 청력저하, 청신경손상, 안면신경마비, 뇌수막염으로 악화될 수 있어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해야한다.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는 “가급적 영유아 중이염에 대한 항생제처방을 하지 않지만 급성중이염의 경우 어쩔 수 없다”며 “급성중이염은 영유아에게 매우 흔한 질환으로 1세 이하는 62%, 3세 이하의 83%가 최소 1회 이상 걸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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